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요건을 강화해 무분별한 예타 면제를 방지하는 내용의 국가재정법 일부 개정안이 2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에서 논의됐지만 결국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경제재정소위 소속 의원들은 다음 소위에서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지만 예타 면제를 두고 이견이 표출된 만큼 원활한 처리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이 지난 2월 발의한 이 개정안은 기존 예타 조사에서 타당성 낙제점을 받은 사업을 예타 면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또 예타 면제 사업에 대해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를 의무화해 그 결과를 예산 편성에 반영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정부 여당이 총선을 앞두고 24조원 규모의 23개 지역사업을 예타 면제 대상으로 선정한 것을 견제하기 위함이다.
정부 여당은 해당 개정안이 예타 면제를 과도하게 제약한다고 입을 모았다. 전제조건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지는 예타 조사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윤철 기획재정부 2차관은 이날 소위에서 “예타 통과를 못한 사업을 아예 면제 대상에서 제외하게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예타 면제 사업이라 하더라도 대부분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가 이뤄지기 때문에 이를 의무화하는 조항이 필요하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심기준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한번 (예타에서) 떨어졌다고 (면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사업에도 ‘패자부활전’이 필요하다”며 힘을 보탰다.
하지만 김성식 바른미래당 의원은 “예타 면제가 ‘고무줄놀이’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하며 제동을 걸었다. 김 의원은 “기재부 장관이나 청와대가 관심을 두고 있는 사업의 경우 예타 과정에서 걸러졌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사업이 추진될 수 있는 게 아니냐”며 “예타 조사를 통과하지 못했다고 아예 예타 자체를 막는다는 것이 아니다. 예비 타당성이 없다고 평가된 사업에 대해 예타 면제를 할 때 최소한의 거름장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경제재정소위는 김 의원의 이 같은 지적을 반영해 기재부가 대안을 만들면 이를 두고 재논의하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