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은 지난해부터 세 차례에 걸쳐 문재인 정부의 소위 ‘낙하산 인사’를 전수 조사해 발표한 바 있다. 결과는 놀랍게도 사실상 하루에 한 명꼴로 낙하산 인사가 있었다. 정권이 출범한 지 2년이 지났음에도 불공정한 논공행상성 인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었던 것이다.
정치인은 다른 직업과 달리 자신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에 반대급부를 줄 수 있는 것이 매우 제한적이다. 정치는 본질적으로 ‘사회적 가치의 합리적 배분’ 역할, 즉 사회적 가치를 둘러싼 갈등의 중재와 공익의 증진을 위한 합리적 분배를 담당한다. 비록 자신의 지지자라 하더라도 이 과정에서는 특혜를 줘서는 안 된다. 금전적인 보상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 정치인들의 보상이란 좋은 법안과 정책이 사실상 전부다.
그럼에도 정치인들은 직간접적으로 끊임없이 지지자들로부터 보상 요구를 받는다. 대통령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소위 ‘챙겨줘야 할 공신’들이 많고 이들의 요청을 외면하기 어려운데 ‘제왕적’ 대통령에게는 오죽할까.
이 경우 소위 ‘좋은 자리’는 가장 큰 보상기제 중 하나다. 역대 많은 대통령들이 손쉽게 ‘좋은 자리’로서 자신의 지지에 대한 보상과 지속적인 지지의 담보물로 이용해왔다.
문제는 자리를 원하는 사람들이 그 자리에 걸맞은 역량을 갖추지 못한 경우가 절대다수라는 것이다. 정치의 영역과 고위 공직과 공공기관 등의 업무영역은 판이하게 차이가 있다.
인사권자인 대통령은 이 상황에서 사실은 국가와 국민을 위한 판단을 해야 한다. 비록 나의 당선에 혁혁한 공을 세웠지만 고위 공직에 걸맞은 역량이나 도덕적 자질에 문제가 있다면 과감히 배제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자질은 물론이고 역량도 충분히 검증되지 못한 많은 인사들이 340여개 공공기관의 고위직으로 소위 청와대발 낙하산을 타고 내려가고 있다.
전문성과 역량이 떨어지니 채용과정 역시 공정했을 리가 없다. 최근의 소위 환경부 블랙리스트를 보면 그 이면을 충분히 볼 수 있다. 자리를 만들어야 하니 부당한 압력이 횡행하게 되고 인사검증은 요식행위에 그치게 되는 것이다. 대통령의 인사 철학 부재가 모든 공무원들을 불편부당한 인사에 조력자로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야당의 지속적인 지적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변화의 모습을 보이고 있지 않다. 오히려 귀를 막고 낙하산 투하를 지속하고 있다. 어쩌면 현 정부가 이 정도 낙하산은 늘 있어 왔으니 잠깐의 논란만 지나면 괜찮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닐까.
‘인사가 만사’라는 상식적인 말이 통하기를 진정으로 바란다. 거듭 강조하지만 인사는 논공행상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 내 사람만을 챙길 것이 아니라 국민 모두를 살피는 대통령이어야 한다.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롭게’라던 취임일성을 문재인 대통령은 다시 한번 되뇌어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