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지금 중국은] 자본시장 장악력 키우는 공산당…외자기업도 '당 조직' 설립 압박

-정치논리에 휘둘리는 中기업들

상장사에 당 위원회 설립 강제

민간기업 73%가 당 조직 보유

기밀탈취·지재권 침해 잇따라

해외 기업·투자자에게도 위협

마윈 알리바바그룹 회장 /블룸버그마윈 알리바바그룹 회장 /블룸버그






지난해 11월 중국 정부가 마윈 알리바바 회장을 공산당원으로 소개하자 전 세계가 발칵 뒤집혔다. 마 회장이 대학생 시절부터 공산당원이라는 사실을 가린 채 중국의 무역전쟁 상대인 미국을 포함해 세계 각지에서 왕성한 사업을 펼쳐왔기 때문이다. 중국 산업 스파이가 무역전쟁의 최대 화두로 떠오른 상황에서 공산당의 민간시장 침투는 해외 기업과 투자자들에게 상당한 위협이 되고 있다.

중국 공산당 헌법 제5장에 따르면 기업은 사내에 당원 3명 이상으로 구성된 당 기층조직(산하조직)을 설치해야 한다. 지난 2017년 기준 중국 민간기업 내 설치된 당 조직은 187만7,000개, 비율로 계산하면 전체 민간 기업의 73.1%에 달한다. 정부와 사회 전반에 퍼진 기층조직 457만2,000개 가운데 40%가 민간 기업에 설치돼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국영기업의 경우 전체의 91.2%인 18만5,000곳이 당 조직을 운영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 당국은 이들 조직을 통해 자본시장 내 공산주의 전파에 주력한다.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가 지난해 10월 상장사 관리 준칙에 ‘상장사는 공산당 당장(당헌)에 따라 사내에 당위원회를 설립해야 하며 당위원회 구성 및 활동에 필요한 조건을 반드시 제공해야 한다’는 조항을 추가한 것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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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급기야 해외 기업들에까지 당 조직을 설치하라며 압박하고 있다. 합작 기업이나 100% 외국자본 기업에서 당 조직 설립이 추진될 경우 반드시 허용시켜야 한다고 명시한 기업법을 들이대면서 외자 기업 내 당 조직 수를 2012년 4만7,000개에서 2016년 10만6,000개로 두 배 넘게 늘렸다. 차이나비즈니스리뷰는 “미중무역전국위원회(USCBC) 회원사들이 중국 내 합작 파트너인 국영기업들로부터 사내 당 조직을 지원하도록 회원사 정관을 바꾸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고 토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기업들은 공산당의 눈치를 보며 당원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중국 최대 차량공유 서비스 기업인 디디추싱과 최대 정보기술(IT) 업체 바이두는 최근 사내 당 조직을 운영할 적임자를 구하면서 50만위안 내외에 달하는 고액 연봉을 제시했다. 중국 최대 부동산회사인 완다그룹도 산시성 옌안에 공산주의 테마파크를 짓기 위해 17억4,000만달러를 쏟아붓기로 했다. 옌안은 대장정을 마친 중국 공산당 홍군이 시진핑 국가주석의 부친 시중쉰으로부터 넘겨받아 10년간 최후의 근거지로 삼았던 ‘혁명성지’로 꼽힌다.

이윤을 추구해야 할 기업이 당의 정치 논리에 휘둘린다는 점에서 공산당의 민간 통제는 중국 경제는 물론 중국과 관계를 맺는 외국에도 심각한 위협으로 평가된다. 미 하원 정보위원회는 2012년 보고서에서 화웨이를 중국 공산당의 지령을 따라 기밀을 훔치고 지식재산권을 침해하는 기업이라며 투자 유의를 당부한 바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에서 당 고위층의 이해관계와 주주 이익이 충돌할 경우 언제나 당이 우선”이라면서 당이 기업의 의사결정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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