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천주교 "사형 대신 종신형을… 생명의 길에 큰 마음으로 다가서야"

천주교 신자 10만여명 서명한 입법 청원서 제출

"종신형으로도 범죄자 격리와 사회안전 확보 가능"

28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 관계자들이 사형폐지ㆍ종신형 입법화를 위한 입법청원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28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 관계자들이 사형폐지ㆍ종신형 입법화를 위한 입법청원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인 배기현(오른쪽) 주교가 천주교 신자 10만여명이 서명한 사형폐지·종신형 입법 청원서를 국회에 제출하고 있다./사진제공=천주교주교회의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인 배기현(오른쪽) 주교가 천주교 신자 10만여명이 서명한 사형폐지·종신형 입법 청원서를 국회에 제출하고 있다./사진제공=천주교주교회의


한국천주교주교회의가 28일 국회에 사형제를 폐지하고 종신형제 입법을 도입하라고 촉구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는 이날 국회에 천주교 신자 10만여명이 서명한 사형폐지·종신형 입법 청원서를 제출했다. 이번 청원에는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를 비롯한 주교단 27명을 포함한 신자 10만5,179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사형제도는 우리 헌법이 천명·보장하고 있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생명권의 보호라는 헌법적 요청에 부응하지 못한다”며 “사형제도 폐지의 세계적 추세를 거스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사형제가 아닌 종신형으로도 범죄자에 대한 격리와 사회 안전의 확보는 충분히 가능하다”며 “그럼에도 국민들이 불안해하는 점이 있다면 무기징역의 가석방 요건을 강화하는 방법으로 보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회정론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배기현 주교는 “우리는 인간이기에 인간이 걸어가야만 할 더 귀한 길, 곧 생명을 아끼는 길에 더 큰 마음으로 다가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이미 사형이 집행되지 않고 있으며 차츰 사형폐지를 위해 나아가고 있다”면서도 “아쉽게도 아직 사회적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배 주교는 “어떤 식으로든, 그것이 법의 이름으로 집행되는 것일지라도 인간의 생명만큼은 함부로 다룰 수 없다는 사실에 누구라도 동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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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어 “흉악한 살인으로 인해 아무 이유없이 생명을 잃은 당사자의 가족에게는 이 상식을 순하게 받아들이기가 참으로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그분들께 참으로 조심스럽고 죄송하지만, 귀한 생명을 잃은 결과로 또 하나의 생명이 사라지게 되는 업보같은 윤회의 수레바퀴에서 벗어나, 자비와 용서라는 대승의 길을 걸어주시길 간절히 빈다”고 호소했다.

천주교계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법률적·실질적 사형폐지국은 142개국에 이르고, 2017년 한 해 동안 사형을 집행한 국가는 23개국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는 정부가 수립된 1948년부터 1997년까지 50년 동안 총 902명, 연평균 19명의 사형을 집행했다. 하지만 지난 22년간 한건의 사형 집행도 하지 않아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된다.

이번 입법청원 소개의원으로는 더불어민주당 이상민·금태섭 의원, 자유한국당 경대수 의원,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 정의당 이정미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이상민 의원은 “4월에 사형제 폐지 관련 법안을 준비해 발의할 예정이며, 공론화와 함께 전체 의원들의 의견을 묻고자 한다”며 “전체 의원 의사를 물으면 가결이 확실시되는데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극소수 의원 때문에 논의가 봉쇄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금태섭 의원은 “현재 61명의 사형수가 집행을 기다리고 있는데, 사형제는 오판 가능성이 존재하는 불완전한 제도”라며 “계속 법사위에서 계류되면 전원회의 등을 통해 사형제가 폐지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15대부터 19대 국회까지 사형제도폐지특별법이 7번 발의됐지만 모두 임기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제19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은 국회의원 과반수가 서명했다. 한국 천주교회는 사형폐지와 종신형 입법청원 서명 운동을 해왔고 지난달 12일에는 헌법재판소에 사형제도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심판 청구서를 제출했다.


최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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