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토요워치]지능·국제화 된 '손안의 도박장'…인생의 레드카드

■도박…그 치명적 유혹

☞활개치는 불법 사이버도박

청소년, 학폭으로 판돈 마련도

손 누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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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 승률. 망설이지 마세요. 매입금 5% +담당자 서비스 잃은 금액의 10% 익일 지급.”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불법 사이버 도박 사이트 홍보 문구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95%로 세계 1위인 한국은 사이버 도박이 활개 치기에 최적의 장소다. 터치 한 번으로 손쉽게 도박 사이트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사이버 도박단 운영 방식이 최첨단을 달리면서 단속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이처럼 손쉬운 접근성에 높은 중독성을 보이는 사이버 도박에 빠져드는 청소년이 속출해 문제로 지적된다.


29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검거된 사이버 도박 범죄 건수는 2,947건이다. 지난 2016년 9,394건으로 정점을 찍고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통계의 착시 효과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사이버 도박 운영 방식이 갈수록 국제화·지능화되며 단속 사각지대로 숨어들기 때문이다. 이를 증명하듯 도박중독 치료 전문가들은 매년 치료센터를 찾는 사이버 도박중독자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단속 건수는 줄었지만 사이버 도박중독자는 만연한 ‘모순’이 발생하는 것이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불법도박 시장의 총 매출은 연 83조7,800억여원에 달한다. 이 중 사이버 도박은 25조1,000억원으로 전체 불법도박 중 30.1%를 차지한다. 유승훈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경남센터장은 “치료기관을 찾는 도박중독자 10명 중 8명은 사이버 도박에 빠져 있다”며 “갈수록 사이버 도박 피해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통계에서는 사이버 도박 비중이 3분의1에 불과하지만 일선 현장에서는 불법도박은 곧 사이버 도박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SNS 타고 무차별 홍보폭탄

해외사이트 두고 단속 피해

접근성 쉬워져 중독자 급증

폭력조직 돈세탁 창구 악용

빚 갚으려 2차 범죄도 속출




사이버 도박 중에서도 특히 비중이 높은 것은 ‘스포츠토토’ 방식이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검거된 사이버 도박 중 스포츠토토 방식은 1,599건으로 54.3%를 차지해 절반을 넘었다. 불법 스포츠 도박은 합법적인 스포츠토토 등에 비해 게임 종류가 다양하고 베팅 한도 또한 없어 인기다. 스포츠에는 문외한이지만 불법 스포츠 도박을 즐기는 김모(30)씨는 “승패뿐 아니라 타자의 안타나 볼넷에도 베팅할 수 있어 3분 안에 결과가 나온다”며 “베팅 주기가 짧아 순식간에 한 달 월급을 쏟아붓기 일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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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사이버 도박이 2차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중독자는 도박으로 탕진한 돈을 메우기 위해 절도는 물론 사기, 심지어 살인까지 강력범죄에 연루되는 경우가 잦다. 지난해 9월 청주에서는 50대 남성 A씨가 연인인 B씨를 둔기로 때리고 성폭행한 후 불을 질러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A씨가 B씨의 도박 빚 수천만원을 갚아줬는데 또 빚을 지고 돈을 요구하자 홧김에 범행을 저지른 것이다. 도박중독 당사자의 소중한 목숨을 잃은 것은 물론 연인은 살인범으로 전락했다.

또 사이버 도박 자금은 각종 불법행위를 직간접적으로 돕는 역할을 한다. 사이버 도박 운영단은 불법 음란물 사이트 운영을 가능케 하는 광고주이자 폭력조직의 자금줄 내지는 돈세탁 창고로도 쓰인다. 지난해 5월 검거된 불법 웹툰 사이트 ‘밤토끼’ 운영자는 사이버 도박 사이트 등을 홍보해 9억5,000만원이 넘는 부당이득을 챙겼다. 2,100억원의 불법 경마 사이트를 운영했던 서버 관리자와 운영자 29명 등 126명을 검거했는데 이 중 폭력조직원이 66명에 달했다.

갈수록 낮아지는 사이버 도박 피의자 연령대도 큰 문제다. 대부분 사이버 도박 사이트에서는 실명인증 등을 거치지 않아 청소년도 손쉽게 도박을 접할 수 있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에 따르면 도박중독으로 상담센터를 방문하는 청소년은 2016년 181명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663명으로 무려 3.7배나 폭증했다. 유 센터장은 “도박자금을 마련하기 어려운 청소년은 손쉽게 범죄의 유혹에 빠진다”며 “친구를 폭행해 돈을 갈취하는 것은 물론 각종 강력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심각한 폐해를 낳는 사이버 도박을 근절하기 위해 정부는 올 1월부터 6개월 동안 특별단속에 나섰다. 이번 단속에는 전국 17개 지방청에 처음으로 꾸려진 사이버 도박팀을 중심으로 사이버 수사관 전체가 동원된다. 이는 역대 최대·최장 규모다. 경찰은 사이버 도박 사이트 운영자는 물론 △개발자 △광고책 △인출책 △서버 제공자 등 관련자 전원을 일망타진한다는 계획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수법이 고도화되는 사이버 도박단을 잡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세운 것이다. 이들은 인출조직을 분리 운영하고 도박 서버를 해외에 설치하는 등 경찰의 단속망을 요리조리 피해갔다.

전문가들은 불법도박에 악용되는 계좌를 동결하고 사이트 차단 권한을 강화하는 특별법 통과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경찰이 정작 단서를 잡고 수사에 나서도 사이트 이름이 바뀌고 베팅 기록과 입출금 내역 등 자료가 사라지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경찰 수사팀 관계자는 “사이트를 차단하는 데 보통 한 달이 걸리고 아이디 소유자의 인적 사항과 계좌번호까지 확인해야 정식 수사로 전환할 수 있다”며 “현행법 절차를 따르면 시간이 지체돼 사이버 도박단이 증거를 인멸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하소연했다. 한민호 사감위 사무처장은 “현행 법 체계에서는 결정적 물증을 채취하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전문성 있는 기관에서 직접 폐쇄명령을 내리고 계좌를 즉시 동결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종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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