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토요워치] '내기골프' 도박죄 성립조건은 '무전무죄 유전유죄'

소액이어도 예견 못하는 승패 베팅시 불법

단순 친목 목적이지만 상습적이면 범죄

엄밀한 의미서 가족끼리 고스톱도 도박

‘버닝썬 게이트’와 가수 정준영의 성관계 동영상 불법 촬영·유포 사건이 연예계를 발칵 뒤집어 놓고 있다. 배우 차태현과 개그맨 김준호가 ‘내기 골프’를 쳤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두 사람은 골프를 친 후 오간 돈을 모두 돌려줬다고 해명했지만 사회적 파장이 커지면서 출연 중인 모든 예능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차씨와 김씨가 돈을 걸고 내기 골프를 즐긴 것은 단순 친목 도모 목적의 오락일까 아니면 도박죄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내기 골프를 친 자는 도박죄를 적용받아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지난 2008년 선고된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각자 핸디캡을 정하고 홀마다 또는 9홀마다 별도의 돈을 걸고 총 26회 내지 32회에 걸쳐 내기 골프를 한 행위가 도박에 해당한다며 피고인 A씨 등 4명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스포츠에서 내기 등 특정 행위가 도박죄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크게 세 가지 요건이 충족해야 한다. 도박의 주체가 확실히 예견되거나 영향력을 가할 수 없는 사정을 의미하는 ‘우연성’과 도박의 대상인 ‘재물’, 도박의 ‘반복적 행위’ 여부다. 이중 도박죄 성립의 핵심 요건은 ‘우연성’이다. 개인의 기량에 따라 승패가 갈리는 것이 아니라 우연성에 따라 좌우된다면 이는 도박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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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골프는 고스톱이나 포커와 달리 참가자의 실력에 따라 판가름나기 때문에 우연성이 배제된 운동에 가깝다고 생각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골프 경기자의 기량이 일정한 수준의 경지에 올라 있다고 해도 매 홀 또는 매 경기의 결과를 확실히 예견하는 것은 전혀 가능하지 않다”며 “골프 경기장은 자연상태에 가까워 경기자가 친 공이 날아가는 방향이나 거리는 공이 멈춘 자리의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뛰어난 실력자라도 자신이 치는 공의 방향이나 거리를 최적의 조건으로 만들거나 경기 결과에 영향이 없을 정도로 통제할 수 없는 우연성이 강해 스포츠가 아닌 도박이라는 판단이다. 차씨와 김씨의 경우에도 골프 게임의 승패에 우연성의 영향이 없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도박죄 성립 요건을 충족해 도박죄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내기 골프가 도박이 될 수 있는 또 다른 조건은 금전을 걸었는지 여부다. 내기 골프에서 이겨 상대방으로부터 돈을 받을 경우 이는 정당한 근로에 의한 재물의 취득으로 볼 수 없어 화투·카드놀이 등의 도박과 다르게 취급할 이유가 없다는 게 대법원의 설명이다. 내기 골프는 재물을 걸고 우연에 의해 재물의 득실을 결정하는 것이므로 도박죄 성립 요건이 충족된다고 할 수 있다. 비록 게임 이후 돌려줬다고 하지만 차씨와 김씨도 돈을 걸었던 사실이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상습성’ 여부도 도박죄 판단 시 중요한 판단 기준이다. 형법은 일시 오락에 불과하면 도박죄로 처벌하지 않는다는 예외조항을 두고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게임 당사자들이 약 30회 이상에 걸쳐 내기 골프를 쳤다며 상습성이 인정됐다고 적시했다. 차씨와 김씨가 친목의 목적이었다고 해도 주기적으로 반복해서 내기 골프를 쳤을 경우 이는 범죄 요건에 해당한다.

이런 기준으로 보면 일상에서 허용되는 도박이나 내기는 사실상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엄밀한 의미에서 한국인에게 허용된 도박은 복권, 경마, 경륜, 경정, 강원랜드 출입, 스포츠토토·프로토, 청도군 소싸움 등 7개뿐이다. 내기 골프나 내기 당구는 물론 명절에 가족이 모여 치는 고스톱도 법적으로 엄밀히 따지면 도박이라는 얘기다. 단지 개념상 도박에 해당되지만 사회통념과 그 수준이 ‘일시 오락’에 불과한 정도라면 처벌되지 않는다.

백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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