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보톡스’로 불리는 보툴리눔톡신 시장에 국내 바이오기업이 잇따라 출사표를 내밀면서 시장 과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연간 1,000억원 규모인 국내 시장에 주력하는 대신 7조원에 달하는 글로벌 시장에서 승부를 걸어야 성장성과 수익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바이오기업 유바이오로직스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보툴리눔톡신 제제 ‘ATGC-100’의 임상시험을 승인받았다. 유바이오로직스는 본격적인 임상시험에 돌입해 이르면 3년 내 국내에 보툴리눔톡신 신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 1월에는 또 다른 바이오기업 파마리서치바이오가 식약처로부터 ‘리엔톡스’의 임상시험을 허가받아 본격적인 개발에 나섰다. 파마리서치바이오는 당초 회사 이름이 파마리서치프로젝트였지만 지난해 보툴리눔톡신 시장 진출을 위해 바이오기업 바이오씨앤디를 인수한 뒤 아예 사명까지 바꿨다.
이들 업체가 상용화에 성공하면 국내 보툴리눔톡신 기업은 이미 제품 개발에 성공한 메디톡스, 휴젤, 대웅제약, 휴온스에 이어 6개사로 늘어난다. 한국 기업을 제외하고 지금까지 보툴리눔톡신 상용화에 성공한 외국 기업이 5개사에 불과하다는 점에 비춰 보면 국내 기업의 보툴리눔톡신 시장 진출이 유독 두드러진다. 자칫 무리하게 시장에 진출했다가 시장 과열로 수익성을 놓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에서는 국산 보툴리눔톡신이 품질과 가격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는 만큼 국내가 아닌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연간 1,000억원 수준에서 정체된 국내 시장에 안주해서는 지속적인 성장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얘기다. 국내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메디톡스와 휴젤 역시 그간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왔지만 지난해에는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1.7%, 40.8% 감소하며 체면을 구겼다.
소득수준 증가와 미용에 대한 관심으로 글로벌 보툴리눔톡신 시장은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이벨류에이트파마에 따르면 지난해 4조5,000억원 규모였던 글로벌 보툴리눔톡신 시장은 오는 2023년 7조원 이상 커질 전망이다. 이 중 절반 이상을 미국과 중국이 차지하면서 시장 주도권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부터는 해외에서 본격적인 성과를 거두는 국산 보툴리눔톡신이 나올 전망이다. 대웅제약이 지난달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판매승인을 받았고 메디톡스도 올 상반기 중으로 중국 국가의약품관리총국(NMPA) 허가를 예상하고 있다. 휴온스는 아예 국내보다 중동, 남미, 동남아 등에 먼저 제품을 출시하는 전략을 택하며 차별화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보툴리눔톡신 시장이 커지면서 핵심 원료인 보툴리눔톡신 균주의 출처를 둘러싼 논란도 가시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독자적으로 균주를 확보하지 않고 경쟁사로부터 균주를 무단으로 확보한 뒤 신제품 개발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보툴리눔톡신 균주의 출처를 놓고 3년째 한국과 미국에서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는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이 대표적이다.
업계에 한 관계자는 “한때 보툴리눔톡신 제제는 개발만 성공하면 영업이익률 50% 이상을 가져다주는 ‘꿈의 바이오의약품’으로 불렸지만 시장 과열에 따른 가격 경쟁이 이미 시작됐다”며 “특히 후발주자의 경우 진입장벽이 낮은 국내 시장을 목표로 삼을 게 아니라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