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자문료 늘려 본국 송금...SC제일銀 '꼼수 배당'?

경영자문료 10.7% 증가

SC제일은행 본사 전경/사진제공=SC제일은행SC제일은행 본사 전경/사진제공=SC제일은행



고액배당 비판을 사온 SC제일은행이 모기업인 영국 스탠다드차타드(SC)그룹에 내는 경영자문료를 포함한 용역비를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계 은행의 고액배당에 대한 국부유출 비판이 일자 경영자문료를 늘리는 식으로 ‘꼼수’를 부린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다.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SC제일은행 용역비는 1,660억원으로 전년(1,199억원) 대비 38% 증가했다. 용역비는 SC제일은행의 모기업인 SC그룹에 보내는 경영자문료와 브랜드 사용료 등이 포함된 개념이다. 그룹으로부터 여러 용역을 제공받은 대가로 그룹 계열사들이 용역비를 분담하는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SC제일은행이 배당 규모를 적게 보이게 하기 위해 용역비를 늘리는 우회적인 방법을 쓴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외국계 은행이 배당금을 늘릴 때마다 국부유출 논란이 일자 이를 피해가기 위해 경영자문료 등 용역비를 늘리는 꼼수를 썼다는 것이다. 실제 전체 용역비 가운데 경영자문료 지급은 지난해 1,250억원으로 전년의 1,129억원에 비해 121억원(10.7%)가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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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제일은행은 지난해 중간배당 5,000억원과 결산배당 1,120억원을 더해 총 6,120억원 규모의 배당을 결정했다. 실제 최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국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의 배당 규모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한국씨티은행이나 SC제일은행은 (배당을) 조금 과하게 했다”며 “시장의 불안감·불안정성을 초래한 부분이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은 최근 한국씨티은행에 대한 경영실태평가에 착수했다. 은행권 ‘검사 1호’가 된 씨티은행은 배당 적정성과 관련해 건전성 검사를 집중적으로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씨티은행은 지난해 배당금으로 총 9,341억원을 책정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국내 금융 시장이 수수료를 받기 어려운 금융 규제로 인해 수익률이 다른 해외 시장보다 낮은 측면이 크다”면서 “글로벌 은행이 국내 영업을 유지하려면 배당금을 늘리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지만 글로벌 은행이 꼼수 배당을 한 것이라면 도덕적으로 비판받을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SC제일은행 관계자는 용역비 가운데 대부분을 차지하는 경영자문료 증가에 대해 “(한국) 세법에서 정한 정상가격 산출 사전승인제도에 따라 국세청과 합의해 결정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SC그룹에 지급한 경영자문료는 국세청의 사전 승인을 얻어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김기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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