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라이프

더 비싸도 과일만큼은 '소확행'

롯데마트 '황금당도' 과일 출시

사과 당도 15.5브릭스 넘어야 통과

개당 400원 비싸도 日 1만봉 팔려

출시 한달만에 판매량 20% 차지

신품종 딸기도 나오는대로 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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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들이 단 돈 100원이라도 싸게 내놓는 가격전쟁이 한창인 가운데 신선식품에서는 반대로 조금 비싸더라도 고품질의 제철 과일을 맛볼 수 있게 하려는 ‘소확행’ 전쟁이 시작됐다. 온라인 쇼핑의 대중화에 이은 새벽 배송시장의 급성장으로 위기에 내몰린 대형마트가 신선식품 공급 경쟁력의 우위를 앞세워 돌파구를 찾고 나선 것이다. 신선식품은 대형마트의 취급품목 가운데서도 가장 많은 노하우를 필요로 하는 분야다. ‘더 신선하게 더 달게’를 외치던 롯데마트는 지난달 일반 과일보다 당도가 최소 20% 이상 높은 ‘황금당도’를 출시하며 프리미엄 과일경쟁에 뛰어들었다.

◇까다로운 합격 기준…전체 생산량의 3%에 불과 = 31일 서울·경기권역으로 나가는 신선식품을 선별, 포장·가공하는 충북 증평 롯데신선품질센터 3층에서는 사과 선별 작업이 한창이었다. 이날에만 5톤 규모의 사과가 출하됐다. 수많은 사과는 레인을 타고 할로겐 등을 비추는 비파괴당도검사를 거치면 중량부터 당도까지 바코드에 자동입력된다. 황금당도가 되기 위한 성적표를 받는 셈이다. 하지만 분류칸 앞에 한참을 서 있어도 수많은 사과 행렬에서 황금당도로 분류되는 사과는 좀처럼 발견하기 어려웠다.


일반적으로 맛있다고 느끼는 사과의 당도는 13브릭스. 황금당도의 기준은 15.5브릭스 이상이다. 당도 기준을 충족하는 황금당도는 일반 사과 생산량의 10%가 채 되지 않는다. 이론상 10%지만 이날 입고된 사과 5톤 중 단 3%만이 황금당도 커트라인을 넘었다. 할로겐등 당도검사 외에도 일부는 으깨서 과즙으로 직접 당도검사를 한다. 이 사과의 운명은 16.3 브릭스. 황금당도 기준조차 훨씬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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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마트에서 일반사과(4~6입봉 기준)의 가격은 7,900원이다. 반면 황금당도는 9,900원. 평균적으로 한 봉지에 5개가 들었다고 보면 개당 400원이 더 비싼 셈이다. 황금당도는 ‘400원의 행복’을 추구하는 셈이다. 100원 전쟁이 치열한 공산품 분야에서 소비자들은 조금이라도 비싸면 지갑을 열지 않는다. 하지만 더 달고 더 신선한 과일에 400원을 더 지불하는 것은 아까워하지 않았다. 출시 한 달 만에 황금당도 판매량은 하루 평균 1만봉으로 전체 과일 판매량의 20% 정도를 차지한다. 과일을 집어든 5명 중 1명은 황금당도를 택한 것이다. 공산품에선 100원 전쟁이 치열하지만 신선식품에선 400원으로 얻을 수 있는 ‘소확행’이 통했다.

◇주먹 만한 킹스베리, 日 누른 금실딸기…“비싸도 완판행진” = 사과가 당도로 승부한다면 딸기는 신품종의 각축장이다. 국내 딸기 1번지인 충남 논산의 농가에서는 딸기농사가 한창이다. 딸기 한 알이 어른 주먹 만한 ‘킹스베리딸기’, 맛과 향으로 일본 딸기의 누른 ‘금실딸기’. 딸기업계의 ‘엄친딸’로 통하는 두 품종 역시 황금당도를 붙여서 나간다. 황금당도 딸기가 귀한 것은 생산량 때문이다. 킹스베리·금실은 일반품종인 설향과 비교해 같은 면적에서 생산량이 딱 절반이다. 또 킹스베리나 금실이라고 해도 황금당도 라벨링을 붙이기 위해선 당도, 중량, 색태 등의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이러한 관문까지 고려하면 일반 딸기 10개가 나올 때 황금당도 딸기는 2~3개에 불과하다.

조금 과장을 보태 ‘사람 얼굴 만한’ 딸기로 통하는 황금당도 킹스베리 딸기는 판매량이 곧 공급량이다. 깐깐한 과정을 거쳐 마트에 나가는 족족 완판 행렬을 이어가서다. 황금당도 딸기의 가격은 일반 딸기 대비 1.5~1.7배나 비싸다. 킹스베리의 경우 한 알에 1,000~2,000원을 호가하지만 소비자들은 지갑 여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지난 14일부터 28일까지 황금당도 담양딸기는 20만 팩, 황금당도 금실딸기는 4만 팩 가량이 판매됐다. 황금당도 담양 메리퀸 딸기는 출시 2주일 만에 2,000 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전체 딸기 판매량의 35% 가량을 황금당도 브랜드가 차지한다. 황금당도의 대박행진은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꿈꾸는 소비자들의 수요를 간파하고 온라인 쇼핑이 대체해줄 수 없는 품질까지 담보했기 때문이다. 이성융 롯데마트 과일팀장은 “황금당도는 무려 10년간의 준비과정을 거쳤다”며 “새로운 품종이 나오려면 실패와 성공을 모두 겪고 그 노하우까지 쌓여야 하는데 황금당도는 인고의 시간을 지난 결과물”이라고 말했다./증평·논산=김보리기자 boris@sedaily.com

김보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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