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첫 가계부가 낙제점을 받은 것은 씀씀이가 워낙 컸기 때문이다. 특히 일자리를 늘린다며 공무원 증원에 열을 올려 연금충당부채 증가분이 전체 부채의 56%에 달한다는 사실에는 말문이 막힌다. 연금충당부채는 당장은 아니지만 언젠가 지급해야 할 돈이라는 점에서 미래세대에 부담을 떠넘기는 것이다. 게다가 재정지출을 뒷받침하기 위한 국채 발행도 21조7,000억원 증가했다. 이 정부 들어 대선공약이라며 공무원을 앞다퉈 늘리면서 철밥통을 만든 게 국가재정 악화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온 셈이다.
이런데도 정부 여당은 또다시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고 내년 예산도 500조원 규모의 초확장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집권 첫해에 일자리 추경이라며 공무원 1만2,000명을 뽑은 데 이어 2020년까지 17만4,000명을 늘리는 방안도 밀어붙이고 있다. 이들 증원 공무원에게 투입될 인건비와 연금만도 374조원에 달한다니 앞으로 공무원연금에 쏟아부을 혈세는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저출산 시대를 맞아 세수여건이 나쁜 터에 재정중독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나랏빚도 통제불능 상태로 치달을 것이다.
재정건전성을 걱정하는 전직 관료들은 얼마 전 “공무원 증원 등 공공 부문 인력정책을 단순 실업대책으로 활용하는 것은 매우 경계해야 한다”는 성명서까지 냈다. 고용참사에 대한 처방전도 없이 혈세를 퍼부으면 오히려 일자리 왜곡현상을 빚는다는 얘기다. 정부는 이제라도 미래세대에 부담을 떠넘기는 근시안적 정책에서 벗어나 진정한 노동·규제 개혁을 통해 민간 일자리를 늘리는 데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