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제도

"검증 마쳤는데"...뿔난 지자체 "표준 공시가 낮춰야"

■ 정부-지자체 단독주택 공시가격 갈등 고조

지자체들 "절차대로 했는데 이제와서 틀렸다니..." 반발

국토부는 "명백한 오류"...용산·강남 등 집중 조사 추진

"깜깜이 공시가 산정부터 개선, 투명성 확보 해야" 지적




“개별과 표준 공시가격이 차이가 큰 이유는 정부가 발표한 표준가격 자체가 들쭉날쭉하기 때문이다. 개별주택 산정 시 정부서 지시한 대로 했고 발표하기 전에 한국감정원 검증도 받았다. 오히려 표준주택을 개별에 맞춰 낮춰야 한다”

개별단독주택 공시가격 산정을 놓고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한국감정원과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점검에 나서기로 하자 일선 지자체들은 “원칙대로 했는데 이미 발표한 내용에 대해 감사를 하는 경우는 유례가 없는 일”이라도 반발하고 있다. 공시가격의 일관성이 없다는 해묵은 과제를 두고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근본적인 해결 대신 산하 기관인 한국감정원과 지자체만 압박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공시가격을 놓고 정부와 지자체 간 갈등이 고조되는 모양새다. 주택공시가격은 4일까지 의견청취를 거쳐 오는 30일 확정 고시될 예정이다.

◇ 지자체, “절차대로 했는데 황당하다” = 2일 서울시와 각 자치구에 따르면 국토부가 전날 밝힌 시정조치 및 감사 계획 발표에 대해 지자체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앞서 국토부는 표준 단독주택과 개별 단독주택 간 공시가격 차이가 커서 형평성이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오자 이를 검증한 한국감정원을 대상으로 감사에 나선다고 밝혔다. 전국 단독주택 가격은 22만 가구의 표준주택을 뽑아 한국감정원이 공시가를 매기고, 나머지 개별주택은 지자체가 표준주택의 가격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방식이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표준주택 공시가격 자체가 들쑥날쑥해 인근 주택인데도 어떤 곳은 상승률이 5%, 다른 곳은 100%에 달했다”며 “개별주택은 저렴한 가격대가 많다 보니 당연히 공시가격의 평균값이 내려간다”고 언급했다. 이어 “국토부 지침대로 산정했고, 정부의 승인까지 받아서 발표했는데 조사한다니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용산구청 관계자 역시 “(개별주택 공시가를 산정할 때) 지자체가 인위적으로 가격을 조정할 권한이 없다”며 “면밀하게 산정했고 감정원의 검증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표준 상승률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중구청 관계자는 “예년보다 상승률이 너무 높다 보니 오히려 표준주택을 인하하는 게 방법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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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질은 놔두고 ‘검증 강행하겠다’는 국토부 = 국토부 관계자는 “관련 법규상 개별주택의 공시가는 표준주택과 균형성을 맞추게 돼 있고 이를 어기면 바로잡을 수 있다”며 “지자체가 산정한 개별주택 공시가의 명백한 오류를 확인하고 시정하기 위한 절차”라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는 지자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2~3주 동안 서울 용산·강남구 등 표준·개별주택 간 공시가 상승률 격차가 심한 자치구를 집중적으로 조사할 계획이다.

공시가격 산정을 놓고 정부와 지자체가 충돌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깜깜이 공시가 문제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지금도 공시가격의 산정방식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표준주택 공시가격이 흔들리다 보니 이를 바탕으로 산정하는 개별주택 공시가격도 뒤죽박죽되기 일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의 공시가격은 조사자의 주관성이 개입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지만, 지금보다 공정성을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부동산 정책전문가는 “국토부에서 지자체로 하여금 공시가격을 더 올리라는 신호”라며 “한국감정원에 대한 감사라기보다 지자체에 시정을 요구하기 위해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업무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동효·박윤선기자 kdhyo@sedaily.com

강동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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