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의 주주활동 과정에서 정치적 ‘입김’의 통로가 될 수 있는 기금운용위원회의 역할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달 국민연금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재선임 무산을 이끌어내며 막강한 영향력을 확인한 만큼 ‘관치’ 우려 불식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국민연금의 수탁자 책임 원칙(스튜어드십 코드) 참여 첫 주총에 대한 평가와 전망’을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에서 주제 발표를 맡은 송민경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스튜어드십코드센터장은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와 수탁자책임실이 의사결정의 핵심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 주요 연기금도 공적 통제를 받는 만큼 관치 주장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보건복지부 장관과 노사 단체 대표가 참여하는 기금운용위는 개별 기업 관련 의사결정보다 정책 마련이나 총괄 점검에 집중하는 것이 정치적 고려를 완화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수탁자위 주주권행사 분과위원은 민간 전문위원 9명으로 구성돼 있다. 송 센터장은 “정부·정치권이나 민간의 영향 배제를 위해 엄격한 내부통제 규정을 만들고 부정청탁방지법(김영란법) 적용 역시 고려할 만하다”고 했다. 자산운용사 등 민간 수탁사에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를 위임하는 방안 역시 제시했다.
이와 관련해 이날 토론자로 나선 박경서 고려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금운용위의 경우 기업에 대한 주주제안 권리까지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주주제안이야말로 주주와 경영진의 의견이 충돌하는 행위여서 독립성 확보가 필수”라며 “복지부의 국민연금 담당 부서의 관여도 외부세력의 영향력에 노출돼 있다는 점에서 가능한 지양해야 한다”고 짚었다. 반면 신진영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는 “국민연금의 영향력이 실제보다 과장돼 있다”고 반박했다.
수탁자위의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 교수는 “현재 수탁자위는 비상근 전문가로 구성되고 운영된다는 점에서 주총안건 통지가 이뤄진 후 단기간 내에 충분한 논의가 어렵다”며 “어떤 안건을 논의할지에 대한 판단을 수탁자책임실에 의존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곽관훈 선문대 법경찰학과 교수는 “수탁자위 활동의 목적이 불분명한 것도 문제”라며 “반면 책임을 묻는 규정은 없어 자의적인 운영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조양준·신한나기자 mryesandn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