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4·3 보선]한국당 창원성산서 예상외 선전...文 국정운영 수정 목소리 커질듯

‘수성’ 한국·‘풍전등화’ 바른미래

‘실리’ 챙긴 정의·‘체면치레’ 민주

4·3 보궐선거 통영고성에 출마한 자유한국당 정점식 후보 내외가 3일 오후 통영시 북신동 자신의 선거 사무실에서 당선이 확정되자 밝게 웃고 있다. 정 후보 왼쪽은 부인 최영화 씨. /연합뉴스4·3 보궐선거 통영고성에 출마한 자유한국당 정점식 후보 내외가 3일 오후 통영시 북신동 자신의 선거 사무실에서 당선이 확정되자 밝게 웃고 있다. 정 후보 왼쪽은 부인 최영화 씨. /연합뉴스



‘미리 보는 총선’으로 간주되는 4·3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진보·보수진영이 1승1패를 나눠 가지면서 각 당의 표정이 극명히 엇갈리고 있다. 특히 자유한국당은 열세지역인 창원성산에서 뜻밖에 선전을 벌여 선거 이후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 수정에 대한 여론이 한층 고조될 듯하다.

이번 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은 텃밭인 경남 통영·고성에서 2위와 큰 표차로 ‘수성’에 성공하며 안도하는 분위기다. 이에 반해 바른미래당은 유일하게 후보자를 낸 경남 창원성산에서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조한 득표율을 기록하면서 ‘손학규 책임론’이 거세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손 대표가 현지에 방까지 구해 총력전을 폈으나 결과는 초라한 탓이다. 정의당의 경우 고(故) 노회찬 의원의 지역구인 경남 창원성산에서 재차 국회의원을 배출하며 지역구 지키기, 교섭단체 진입 교두보 마련이라는 ‘일거양득’ 효과를 봤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후보 단일화로 ‘체면치레’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3일 선거 결과를 두고 각 당이 ‘주판알 튕기기’에 나설 수밖에 없는 것은 4·3보궐선거가 거센 후폭풍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4·3보선은 경남 창원성산과 통영·고성 등 단 두 곳에서만 치러진 ‘미니 선거’다. 하지만 각 당 대표가 느끼는 부담감은 총선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들 대표가 취임 이후 처음 치르는 선거인데다 내년 4월 총선에 앞서 경남 유권자의 표심을 확인할 수 있는 ‘전초전’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국 운영의 무게추가 어느 쪽으로 기울지 판단할 ‘가늠자’ 역할도 가능하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등 당직자들이 3일 저녁 서울 영등포 중앙당사에서 4.3 보궐선거 개표방송을 끝까지 지켜본 후 수고한 당직자들을 위해 격려의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등 당직자들이 3일 저녁 서울 영등포 중앙당사에서 4.3 보궐선거 개표방송을 끝까지 지켜본 후 수고한 당직자들을 위해 격려의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우뚝 선 黃…씁쓸한 李=전체 결과로 봤을 때는 1승1패로 용호상박의 승부였으나 세부 득표 면에서는 희비가 엇갈린다. 한국당의 경우 경남 통영·고성에서 1석을 확보한 것을 두고 ‘선방’ 이상의 효과를 봤다는 평가가 나온다. 텃밭으로 꼽히는 경남 통영·고성에서 정점식 후보가 2위와 큰 격차를 보이며 승리를 거머쥐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6·13지방선거에서 통영시장과 고성군수를 모두 민주당에 내준 바 있어 통영·고성의 압승은 승리 이상의 의미가 있다. 게다가 정 후보의 당선은 황교안 대표에게 더욱 남다르다. 정 후보는 검찰 공안통 직계후배이자 친황(親黃)계로 꼽힌다. 그만큼 황 대표의 향후 행보에 든든한 우군이 될 수 있다. 한국당은 경남 창원성산에서 패하기는 했으나 득표율에서 ‘승리와 다름없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1위 여영국 정의당 후보와 2위 강기윤 한국당 후보의 표차가 그리 크지 않아서다. 창원성산은 권영길 민주노동당, 노회찬 전 정의당 의원을 배출한 ‘진보정치의 1번지’로 꼽힌다. 애초 험지로 예상됐던 곳에서 근소한 차이로 아깝게 패한 터라 ‘절반의 승리’라는 분석이다.


한 정치계 관계자는 “창원성산 보궐선거에서 나타난 근소한 표차는 한국당 내부에서 내년 4월 총선 때 다시 해볼 만한 승부라는 반응이 나올 수 있다”며 “석패의 원인을 민주·정의당 간 후보 단일화로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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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민주당은 ‘최악은 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은 후보 단일화로 경남 창원성산에서 정의당의 여 후보가 당선되면서 체면치레를 했다. 하지만 통영·고성에서 큰 표차로 패하면서 그야말로 ‘격세지감’을 느끼게 됐다. 민주당은 지난해 6·13지방선거에서 통영시장·고성군수 모두를 차지하며 쾌재를 부른 바 있다. 반면 이번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는 큰 표차로 패하면서 돌아선 이 지역의 민심만 확인했다. 게다가 내년 4월 총선이 1년밖에 남지 않아 지역을 포기하거나 다시 표심잡기에 나서야 하는 숙제도 안았다.

4·3 국회의원 보궐선거 창원성산에 출마한 정의당 여영국 후보(왼쪽 두번째)의 당선이 확실해지자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운데)가 3일 오후 창원시 선거사무실에서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4·3 국회의원 보궐선거 창원성산에 출마한 정의당 여영국 후보(왼쪽 두번째)의 당선이 확실해지자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운데)가 3일 오후 창원시 선거사무실에서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희열 속 정의…위기 처한 孫=반면 정의당은 말 그대로 최고의 선거를 치렀다는 평가를 받는다. 근소한 차이이기는 하나 경남 창원성산에서 승리하면서 이 지역에서의 강세를 증명했다. 창원성산은 2000년 16대 총선 이후 한국당·정의당 계열 정당이 승패를 나눠 가지며 희비가 엇갈렸던 곳이다. 그간 한국당 계열이 두 차례, 정의당 계열이 세 차례 승리했다. 하지만 정의당은 이번 선거에서 승리하며 확실한 우위를 점했다. 아울러 다시 원내 교섭단체로 진입할 주춧돌을 놓은 점도 선거 승리로 얻어낸 쾌거 가운데 하나다. 노 전 의원의 사망으로 원내 교섭단체 구성요건(의석 20석)을 채우지 못해 ‘평화와 정의의 의원 모임’은 깨진 바 있다. 하지만 정의당이 의석 한 자리를 추가하면서 평화와 정의의 의원 모임을 재구성하려는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 성사될 경우 국회는 3교섭단체 체제에서 4당 체제로의 전환이 가능해진다.

바른미래당은 말 그대로 벼랑 끝에 서게 됐다. 손 대표가 창원 시내에 아파트를 얻고 총력지원에 나섰으나 5%에도 미치지 못하는 득표율을 기록하는 등 최악의 결과가 도출된 탓이다. 게다가 같은 당 이언주 의원이 “약속한 10%(득표율)를 채우지 못한다면 물러나야 한다”는 등 내부 압박이 거센 터라 손 대표는 자리마저 위태로운 상태다. 이른바 ‘손학규 책임론’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미 바른미래당이 탈당설 등 각종 구설에도 휩싸여 선거 참패가 당내 분열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안현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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