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동숭동 대학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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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숭동 대학로에 있는 마로니에공원 뒤편 골목으로 들어서면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건축물이 눈에 들어온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운영하는 ‘예술가의 집’. 현재는 예술가들의 창작과 교류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는데 일제강점기에는 경성제대 본관이었다. 1926년 일제는 경성제대 법학부와 의학부 건물을 현재의 대학로 양편에 세웠다. 동숭동 대학로가 대학과 연관을 맺은 시기다. 본관은 4년 후인 1930년에 착공돼 이듬해 준공됐다.


광복 후인 1946년 경성제대가 서울대로 개편되면서 대학로 주변에는 서울대 본부와 단과대가 자리를 잡았다. 이즈음부터 1975년 서울대가 의과대만 남기고 관악구 신림동으로 옮길 때까지 대학로는 서울대의 중심 캠퍼스이자 많은 대학생들의 주 활동 무대였다. 서울대가 떠난 후 문리대 부지에 마로니에공원이 조성된 것을 계기로 대학로는 문화예술 중심지로 탈바꿈하게 된다. 관련 기관·단체들이 대거 둥지를 틀었고 특히 1979년 당대 최고 건축가 김수근이 설계한 샘터 사옥이 완공되면서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샘터 사옥은 김씨의 트레이드마크인 벽돌집 시리즈 중 하나로 근처 아르코예술극장과 함께 대학로를 상징하는 붉은벽돌 건축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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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과의 인연은 일제강점기부터였지만 대학로 명칭이 공식화한 것은 한참 뒤인 1966년이다. 그해 11월 서울시가 고시를 통해 중구 장충공원에서 혜화동 로터리까지 2.53㎞의 구부러진 길을 대학로라고 지칭하면서다. 이후 1984년 11월 가로명 재정비 당시 대학로 구간을 종로5가 사거리 기준 1.55㎞로 줄이고 나머지는 훈련원로로 분리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현재 서울처럼 대학로 거리를 조성한 지자체가 30곳 가까이 되지만 동숭동 대학로만큼 활기 넘친 문화예술 거리로 자리매김한 곳은 드문 것 같다.

서울시가 대학로를 광화문같이 일요일에 차 없는 거리로 만들 모양이다. 6월 시범 운영 후 만족도 등을 점검해 최종 결정한다고 한다. 동숭동 대학로 차 없는 거리는 이전에 한 차례 시행된 적이 있다. 1985년 5월부터 약 4년간 이어지다가 1989년 9월 미아리 일대 도로 확장공사를 이유로 차량통제가 풀렸다. 딱 30년 만에 차 없는 거리가 다시 등장하는 셈이다. 휴일에 대학로를 여유 있게 거닐며 1980년대의 추억을 더듬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임석훈 논설위원

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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