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차 한미정상회담이 오는 11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다. 이번 회담은 지난 2월28일 베트남 ‘하노이 노딜(no deal)’을 타개하기 위한 예비적 만남이다. 양 정상은 이번 만남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한미 간 이견조율, 미북대화 재개를 위한 방향 모색 및 협상 교착상태 타개 등의 난제를 풀어야 한다. 특히 미국의 빅딜과 한국의 ‘굿이너프딜(충분히 괜찮은 거래)’ 간의 간격을 좁히는 것도 풀어야 할 과제다.
하노이 회담 전후 미국은 선 완전한 비핵화 후 제재완화의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완전한 비핵화 조건은 북한 핵무기의 미국 이전, 포괄적 핵 신고와 국제 사찰 허용, 핵 활동 동결 및 새 시설물 건설 중단, 핵 인프라 제거, 핵 분야 과학자·기술자의 전직 등이다. 이 요구조건은 과거·현재·미래 핵을 완전히 폐기하는 ‘영변+α(우라늄 농축시설)+β(핵탄두)’인 ‘빅딜’이다.
반면 북한의 의도는 효용가치가 거의 상실된 ‘영변 핵시설’만 폐기하고 ‘α+β’를 유보 내지 유지하면서 ‘영변 핵시설’과 대북 경제제재 완화를 교환하는 ‘스몰딜’이다. 사실 북한은 영변 이외에 북한의 제2·제3 우라늄 핵시설 10곳을 은폐해 핵물질을 생산하고 60여발의 핵탄두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1,000발 이상의 투발 수단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다. 북한의 스몰딜은 사실상 핵보유국의 지위를 확보하려는 저의다. 이런 점에서 스몰딜은 향후 핵 군축 협상을 위한 협상 자산을 축적하는 것이며 북한의 ‘조선반도 비핵화’를 정당화하려는 의도다. 이는 완전한 비핵화의 본질을 흐릴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경계해야 한다.
최근 정부는 ‘전부 아니면 전무’ 전략의 재고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난데없이 굿이너프딜을 제안했다. 이 제안은 빅딜의 ‘포괄적 신고와 검증 사찰’과 스몰딜의 ‘단계적 비핵화’를 편의적으로 합친 변종이다. 특히 스몰딜이 오히려 북한의 핵 능력을 제고시켜왔다는 역사적 교훈을 무시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굿이너프딜은 ‘충분하지도 괜찮지도’ 않은 접근으로 평가된다. 오히려 불분명한 접근이 완전한 비핵화를 그르치지 않을까 우려된다. 정부는 ‘막힌 길이면 뚫고 없는 길이면 만들며 함께 나아갈 것’이라면서 중재자 역할을 자임했다. 중재자는 ‘완전한 비핵화’ 과정에 국한돼야지 제재 우회의 중재여서는 곤란하다.
2018년 이후 북한 정책 기조의 한 축은 경제협력이다. 하노이 회담에서 제재완화를 조건으로 제시한 근원은 경제협력의 동력을 얻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회담 이후 제재완화의 기대가 무산되자 북한 선전매체는 ‘외세의존은 망국의 길’이고 ‘자력갱생은 자주적 존엄을 지키는 길’이라며 자력갱생을 연일 독려하고 있다. 특히 이례적 경제위기를 시인하면서 제2의 고난의 행군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이는 북한이 제재완화가 절실하다는 방증이다.
반면 미국은 대북제재의 구조적 허점을 차단하기 위해 제재의 고삐를 더욱 조이고 있다. 4차 핵실험 이후 국제공조에 대북제재 이행의 강제적 의무를 부과하고 있고 최근에는 선박을 통한 북한의 석유·석탄 불법 환적을 원천 봉쇄하기 위해 해운회사에 대한 제재 조치와 선박에 대한 경보 조치도 발령했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인식의 간격을 메우는 회담이 돼야 한다. 양국 정상은 빅딜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유일한 방법이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대북제재의 구조적 허점을 차단하는 것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평화적 수단이라는 인식도 공유해야 한다. 대북제재가 북한의 개혁·개방으로 연결될 방안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 북한의 정상화와 한반도의 건강한 평화정착 기반이 마련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