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고성·강릉·인제 지역을 덮친 ‘유례없는’ 산불이 아직 완전히 진화 중에 있어 큰 피해가 예상되는 가운데 이번 산불의 확산 속도와 양상에서 최근 몇 년 간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를 휩쓴 대형 산불과 유사한 면이 발견되고 있다.
5일 새벽 삼림당국이 파악한 산불 피해 지역은 385ha로 여의도 면적(290ha)을 크게 웃돈다. 축구장 면적의 539배에 달하는 면적이다. 기상당국이 고성군에 강풍 경보를 내린 뒤 초속 20m 안팎의 강풍을 타고 산불이 빠른 속도로 번졌지만 5일 오전에는 강풍이 초속 15m 정도로 약해진 상태다. 지난해 11월 캘리포니아주 재난사상 최대 인명피해(89명)를 낸 초대형 산불 캠프파이어는 소실 면적이 6만 2,053㏊로 현재 강원 산불 피해 지역의 160배 정도다.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 인근에서 발화한 캠프파이어도 시속 80~90㎞ 이상의 강풍을 타고 순식간에 번져 피해를 키웠다. 초속으로 바꾸면 22~25m 정도로 강원 산불에 분 바람 세기와 비슷하다.
강원도와 미 서부는 해안선이 놓인 방향이 반대일뿐 동고서저의 지형에다 고온 건조한 바람이 산맥을 따라 아래로 분다는 공통점이 있다. 미 서부는 시에라네바다 산맥을 넘어온 건조한 강풍이 산불 피해를 키웠다.
현재 동해안 지역은 대기가 매우 건조해 진화를 어렵게 하는 상황이며 소방인력은 1만3,000여 명이 투입된 상태다. 지난해 캘리포니아 산불 당시에도 1만 8,000여 명의 소방인력이 투입된 바 있다. 지난 2017년 미국 남서부를 휩쓴 토머스 파이어는 한 달 넘게 불이 진화되지 않으면서 11만㏊ 이상의 면적이 불에 탔다. 당시에도 초속 30m가 넘는 강풍이 불어 소방당국의 진화를 어렵게 했다는 점에서도 이번 산불과 유사한 점이 발견되고 있다.
한편 이낙연 국무총리는 오늘 오전 강원도 고성을 찾아 직접 현장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신현주 인턴기자 apple260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