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 따르면 ILO 핵심협약 비준과 관련된 노동관계법 개정 등을 논의하는 노사관계제도·관행개선위원회는 전체회의 일정조차 잡지 못했다. 협약 비준을 위한 노사정 합의 시한은 원래 지난 3월 말까지였으나 막판 노사정 부대표급 협의가 시작됨에 따라 4월 초까지 연장한 바 있다. 노사정 합의 후에도 정부, 국회의 제반 작업을 마치려면 사실상 이번주 내 합의가 이뤄져야 하지만 협의에 진전이 없다. 이성경 한국노총 사무총장과 김용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 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은 이번주 여러 차례 만나 의견 조율을 시도했으나 성과 없이 끝난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노동부의 한 당국자는 “(노사정 협의 전과) 특별히 상황이 바뀐 것은 없다”고 말했다.
경영계는 경영방어권 보장을 위해 요구한 다섯 가지 요구사항 가운데 파업 중 대체근로 허용, 부당노동행위 처벌조항 삭제를 반드시 관철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노동계의 한 관계자는 “두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경영계가 다른 사안으로 논의를 넘어가지 않겠다는 것으로 안다”며 “이는 노동계나 정부로서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것”이라고 전했다.
이대로 가면 ILO 핵심협약 관련 사항은 노사정 합의 없이 또 국회로 넘어갈 공산이 크다. 노사관계제도·관행개선위원회 위원장인 박수근 한양대 교수 등 공익위원들은 노사정 합의에 실패하면 그간 논의 경과만 묶어 국회에 보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9일 한-EU 무역협의회에서도 협약 비준을 위한 확실한 조치를 선보이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U와의 자유무역협정(FTA) 조항에는 ILO 핵심협약의 비준을 위해 노력할 것을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EU는 9일까지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확실한 조치가 나오지 못하면 다음 단계인 전문가 패널 소집을 요청할 것이라고 경고한 상태다.
이 사무총장, 김 상근부회장, 임 차관 등은 일단 8일쯤 다시 만나 조율을 시도할 계획이다. 위원회 공익위원들도 주말에 그간 논의한 경과사항을 취합할 것으로 알려졌다. 노사정 합의가 불발될 것에 대비해 국회에 보고하기 위해 정리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