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세계 최초의 5세대(5G) 이동통신 서비스 시작을 계기로 증권가에서 ‘5G’가 새로운 테마로 자리 잡을지 주목받고 있다. 5G 시장 확대의 수혜가 기대되는 관련 부품·장비주는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매수세가 몰리고 있는 반면 5G 서비스를 운영하는 통신 3사(SK텔레콤(017670)·KT(030200)·LG유플러스(032640))는 올 들어 변변한 힘 한 번 못 쓰는 모습이다. 특히 5G 서비스 시작과 함께 3사가 일정 금액으로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무제한 요금제’를 일제히 출시하면서 과열경쟁, 설비투자(CAPEX) 증가 등에 따른 실적 악화마저 우려된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요금 및 서비스 가입자 증가에 따른 실적 개선으로 주가 반등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5일 5G 인프라 투자의 수혜가 기대되는 통신장비 기업 에치에프알(230240)은 21.32% 급등한 3,215원으로 마감해 지난 2015년 말 코스닥 시장 상장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 네트워크 장비 기업 유비쿼스의 지주회사 유비쿼스홀딩스(078070) 역시 12.65% 급등했고 통신부품 기업 오이솔루션(138080)도 10.65%의 높은 상승세를 나타내 각각 역대 최고가를 찍었다. 5G 관련 부품·장비 기업들이 강세를 나타내면서 증권업계에서는 유망 기업 발굴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통신 3사는 대조적으로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SK텔레콤이 0.2%, KT는 0.73% 상승하는 데 그쳤고 LG유플러스는 0.68% 하락했다. 지난해 하반기 5G 서비스 출시에 대한 기대로 상승 가도를 달렸던 것과 다르게 올 초에는 지난해 4·4분기 실적 부진, 5G 서비스 출시 연기 가능성 등으로 내림세가 이어지고 있다. 3일 서비스 시작으로 ‘세계 최초의 5G’ 기록을 세우게 됐지만 3사가 경쟁적으로 내놓은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가 주가 상승의 걸림돌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KT는 유일하게 월 8만원대 요금으로 기한 없이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요금제를 선보여 요금제 경쟁에 불을 붙였다. 김준섭 KB증권 연구원은 “향후 8만원이 5G 요금제의 상한선으로 작용할 가능성과 함께 소비자들의 무분별한 데이터 사용으로 통신사들의 설비투자비가 천문학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는 전망이 통신업종 주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기존 4G LTE 요금제보다 5G 주력 요금제의 가격대가 높다는 점에서 5G 서비스 가입자가 늘어날수록 평균 가입자당 매출액(ARPU) 증가 효과가 예상된다. 3사 모두 데이터 이용량 증가의 주요 원인인 테더링 데이터 용량에 대한 제한 등 설비투자 급증 가능성을 방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는 과도하다는 의견도 있다. 또 정치권을 중심으로 이뤄졌던 요금 인가제 폐지 논의가 5G 서비스 출시를 계기로 본격화되면서 통신주 투자심리 개선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다. 신은정 DB금융투자 연구원은 “5G 무제한 요금제의 등장이 당장 통신 3사의 실적이나 5G 시장에 대한 기대감에 악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며 “단기적 관점에서는 무제한 요금제 출시에 따른 경쟁 심화, 설비 증가 등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관망세가 지속되겠지만 5G 서비스 가입자 수가 구체적으로 드러나면 불확실성이 해소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