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일(현지시간) 총선을 목전에 둔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요르단강 서안(웨스트뱅크)의 이스라엘 정착촌을 합병하겠다는 새로운 공약을 내놓으면서 가뜩이나 전운이 짙어지고 있는 중동에 새로운 불씨를 던졌다. 네타냐후 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총선 이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를 한층 증폭시킬 ‘잠재적 폭발력’을 지닌 것으로 국제사회의 우려를 사고 있다.
강한 유대인 민족주의 성향을 보이는 네타냐후 총리는 6일 이스라엘 TV와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 주권 확대 문제를 묻는 질문에 “우리는 다음 단계로 나아갈 것이다. 나는 이스라엘의 주권을 확장할 것이고 정착촌 단지들(settlement blocks)과 외딴 정착촌(isolated settlements)을 구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요르단강 서안의 이스라엘 정착촌을 합병하겠다는 의미다.
요르단강 서안 정착촌 문제는 지난 2014년 이후 중단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 평화협상 재개 여부를 가늠할 핵심 이슈 중 하나다. 이 지역은 1967년 이스라엘이 제3차 중동전쟁에서 승리한 후 점령한 곳이다. 서안은 이스라엘군이 주둔하는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이지만 수십년 전 정착촌이 건설된 후 군의 보호 아래 현재 40만명 이상의 이스라엘인이 거주하고 있다. 팔레스타인과 국제사회는 전쟁으로 점령한 땅에 정착하는 것은 제네바협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제사회의 반발에도 네타냐후가 화약고에 기름을 붓는 발언을 내놓은 것은 막판 접전을 벌이는 총선 구도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서다. 이스라엘 TV ‘채널13’이 전날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총 120석으로 구성된 의회에서 네타냐후가 이끄는 리크드당과 군 참모총장 출신 베니 간츠의 중도정당연합 ‘청백당(블루 화이트)’이 각각 28석씩 확보할 것으로 예상됐다. 두 정당 모두 단독 과반이 어려운 만큼 군소정당과의 연정구성으로 집권 여부가 판가름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에서 5선 연임에 도전하는 네타냐후 총리가 극우 군소정당의 표를 끌어오기 위해 서안 정착촌 문제를 건드렸다는 분석이다. 샬롬 리프너 애틀랜틱카운슬 연구원은 이 발언이 “네타냐후가 5선 고지를 밟기 위해 시도한 일종의 ‘헤일 메리 패스(Hail Mary Pass·미식축구에서 막판 득점을 노리고 감행하는 롱 패스)’” 라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라는 막강한 우군을 등에 업었다는 자신감도 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이스라엘이 시리아로부터 점령한 골란고원을 이스라엘 영토로 인정하고 2017년 12월에는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며 미국 대사관을 그곳으로 옮기는 등 노골적으로 네타냐후 정부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