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가 TV 칩 기술을 바탕으로 연 1,000만대 판매를 목표로 스마트 TV 시장에 진입한다. TV 칩의 핵심이 화질·음질을 다루는 노하우라는 점에서 아직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를 위협할 수준은 아니지만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중저가 시장을 파고들 것으로 전망된다.
7일 외신과 중국 내 정보기술(IT) 매체 등에 따르면 화웨이는 이번 달 내로 스마트 TV를 출시한다. 일단 영상 기기라기보다 카메라를 통한 영상통화, 게임 등이 가능한 대형 디스플레이라는 게 현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일종의 ‘스마트홈 허브’로의 기능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55인치 패널은 BOE에서, 65인치 패널은 CSOT에서 공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가 TV를 만드는 이유도 명확하다. 5세대(5G) 수요를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5G는 4K·8K 등 고화질 영상 기술을 구현하고 전송하는 데 유리하다. 글로벌 5G 장비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화웨이가 이를 바탕으로 스마트홈 시장까지 영역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디스플레이 경쟁력은 낮지만 스마트폰에서 인정을 받은 칩 기술, 브랜드파워를 무시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화웨이의 TV 시장 진출에 대한 국내 업체들의 우려는 의외로 크지 않다. TV 업계의 한 관계자는 “똑같은 패널을 썼더라도 화질·음질의 차이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TV 칩”이라며 아직은 화웨이가 따라오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TV 칩은 영상이 입력되면 알고리즘에 따라 이를 변환해주는 인공지능(AI) 프로세서다. 삼성 QLED 8K TV에는 ‘퀀텀 프로세서8K’가, LG전자의 8K TV에는 ‘알파9(α9) 2세대’가 들어간다. 이들 TV 칩은 영상의 형태에 따라 노이즈를 제거하거나 입체효과를 키우고 음질 등을 최적화해준다. 저해상도의 영상이 전송돼도 8K 수준의 해상도로 ‘업스케일링’ 해주는 기술도 탑재됐다.
AI 구현을 위해서는 반도체 미세공정과 같은 하드웨어 기술 외에도 물리적인 축적의 시간이 필수적이다. 삼성과 LG TV 사업부는 최적의 알고리즘 개발을 위해 백만 개 이상의 영상 데이터를 분석해왔다.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는 일부 인력을 반도체 설계를 담당하는 시스템LSI 사업부 SoC 개발실로 파견하기도 했다.
화웨이의 반도체 설계 담당 자회사 하이실리콘이 아무리 뛰어난 기술을 가졌더라도 TV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것은 이 때문이다. 김현석 삼성전자 CE 부문 사장은 지난 1월 ‘CES 2019’에서 “AI가 없다면 8K TV도 가능하지 않았다”며 “8K 화질을 보여줄 수 있는 패널과 좋은 화질을 만들어내는 화질 엔진은 모두 쉽게 얻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하이실리콘 칩이 중국 6대 TV 제조사에 공급된다지만 하이엔드 TV에는 사용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물론 화웨이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그랬던 것처럼 커지는 저가 스마트 TV 시장을 잠식할 가능성도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글로벌 스마트홈 시장 규모가 지난해 960억달러(약 109조원)에서 오는 2023년 1,550억달러(약 176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