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수도권의 한 화재현장. 소방대원들이 화마에서 간신히 구해낸 생존자의 주요 생체정보가 5세대 이동통신서비스(5G) 통신망을 타고 의료기관으로 전송된다. 이를 전달 받은 의료진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곧바로 생존자의 상태를 진단한 뒤 응급처치해야 할 시술과 약물을 실시간으로 화재 현장 구급차의 응급의료팀에 전달된다. 독성 가스가 섞인 연기 흡입과 심한 화상으로 위급했던 생존자는 재빠르고 정확한 응급처치 덕분에 생존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을 수 있었다.
최근 세계 최초로 대한민국에서 상용화된 5G 시대의 근미래 모습이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8일 공개한 ‘5G 플러스(+) 전략’이 실현된다면 이 같은 첨단의 세계가 열릴 수 있다. 5G 통신망을 타고 초고속으로 전달되는 가상·증강현실(VR·AR) 서비스를 활용해 소비자가 가정에서도 실제 쇼핑몰에 온 듯 실감 쇼핑을 할 수 있고, 드론이 우편물을 배송하고, 치안 및 환경 감시를 돕는다. 1~3차 의료기관간 원격협진도 점진적으로 시작된다.
정부의 5G +전략은 이 같은 세상을 구현하기 위해 우선 5대 핵심 서비스 분야의 공공 투자에 선도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이들 분야는 △실감콘텐츠 △스마트공장 △자율주행차 △스마트시티 △디지털 헬스케어다. 2021년까지 실증사업을 벌인 뒤 이를 보급·확산하는 ‘5G 이노베이션 프로젝트’를 2021~2025년까지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중 자율주행차와 관련해선 5G 기반의 자율주행 셔틀버스가 개발·보급된다.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는 구급차·병원간 응급의료시스템이 갖춰지게 된다.
정부 투자를 마중물 삼아 민간투자를 이끌어 내겠다는 구상도 이번 전략의 골자다. 그런 차원에서 2~3년 내에 산업구조 고도화 지원 프로그램과 KP이노펀드,스마트공장펀드의 3가지 신성장금융프로그램을 활용해 총 11조5,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5G 유관 혁신기업에 투자하기로 했다. 아울러 서울시에 ‘송파 모바일 클러스터’를 2020~2025년중 구축해 기업들이 전파 및 보안분야의 5G 장비 개발과 실증을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돕기로 했다.
아울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삼고, 관계부처와 민간 업계, 전문가가 참여하는 ‘5G전략위원회’를 구성해 범부처 및 민관협력 과제에 대한 추진계획을 수립하기로 했다.
이 같은 투자와 기술 확보가 구현된다고 해도 정작 이용할 소비자가 외면한다면 5G시장을 주저앉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용자들이 실감할 수 있는 5G 콘텐츠들을 적극 개발하겠다는 게 과기정통부의 설명이다. 또 2022년까지 5G용 전국망 구축을 완료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망투자와 5G용 디바이스 개발 등을 위해 총 30조원이 2026년까지 투자된다.
문제는 비용 부담이다. 이 같은 투자 비용중 망투자에만 최소 20조원 가량의 돈을 이동통신사들이 쏟아부어야 한다. 아울러 가계는 1인당 적게는 월 5만원대 부터 많게는 월 8만원대로 올라간 통신요금을 부담해야 한다. 따라서 정부는 망투자 세액공제율을 상향조정(1%→2~3%)해 이통사들의 부담을 줄이는 한편 수조원대의 정부 예산을 투자하기로 했다. 아울러 5G중 보편적인 서비스에 대해선 국민들의 요금을 덜어주도록 노력하겠다고 유영민 과기정보통신부 장관은 8일 정부과청청사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밝혔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통사의 5G용 주파수 낙찰비용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보편적 5G서비스 요금인하를 위해선 민간기업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공공적 성격의 서비스라는 취지에 걸맞게 정부가 재정지원을 직간접적으로 해줘야 한다는 게 업계의 목소리다.
규제개혁도 숙제다. 정부는 규제샌드박스를 적극 활용해 5G 관련 사업의 활로를 풀어줄 계획이지만 그 적용 범위가 제한적이고 기간 역시 2~3년으로 한정된다. 유 장관은 이와 관련해 “네거티브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다만 5G서비스의 핵심인 원격진료 등 헬스케어 및 의료사업과 관련한 규제는 관계부처간 이견이 아직 좁혀지지 않아 유 장관의 의지만으로는 역부족인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