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Culture&Law-<28> 일사부재리 원칙] 판결이 확정된 사건 재차 기소할 수 없어…'재심'은 적용 안돼

tvN 드라마 ‘자백’ 2회에서 살인사건의 피고인(위)이 최도현(아래) 변호사가 과거 범행의 진범임을 묻자 머리를 감싸쥐며 대답을 고민하고 있다./사진제공=tvNtvN 드라마 ‘자백’ 2회에서 살인사건의 피고인(위)이 최도현(아래) 변호사가 과거 범행의 진범임을 묻자 머리를 감싸쥐며 대답을 고민하고 있다./사진제공=tvN



“5년 전 공사장에서 양애란 씨를 살해했습니까?”

최근 시작한 tvN 드라마 ‘자백’ 2회에서 최도현(이준호 분) 변호사는 본인이 변호를 맡은 피고인 한종구(류경수 분)에게 갑자기 5년 전 살인한 사실이 있느냐고 질문을 던진다. 한종구는 현재 김선희 살인사건의 피고인으로 누명을 쓰고 있는 상황. 무죄 주장이 아닌 과거 살인죄를 인정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다소 황당하지만 사실 이 같은 행동은 최 변호사가 한종구로 하여금 과거에 저지른 살인죄를 자백하게 함으로써 범행 수법의 차이를 근거로 무죄 판결을 이끌어내려는 의도가 담겼다. 잠시 망설이던 한종구가 자백을 하고 결국 그는 누명을 벗는다.


한종구가 자백할 수 있었던 건 ‘일사부재리 원칙(一事不再理 原則)’ 때문이다. 헌법 제13조 제1항에서 규정하는 이 법은 ‘판결이 확정되면 동일 사건에 대해서는 재차 기소·심리·판결하는 것이 허용되지 아니한다’는 원칙이다. 이 법에 따라 한종구는 5년 전 사건의 진범이라고 해도 처벌받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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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소송법에 명시적인 규정은 없지만 이를 당연한 원칙으로 여기고 있으며, ‘판결의 기판력’이란 표현으로 지칭하기도 한다. 일사부재리 원칙은 유·무죄 판결은 물론 면소판결에도 적용된다. 면소판결이란 확정판결이 있거나 사면이 있을 때 혹은 공소 시효가 완성됐거나 범죄 후 법령 개폐로 형이 폐지된 경우에 공소가 부적당하다고 보고 소송 절차를 종결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대법원 판례에 따라 일사부재리 원칙은 완전히 동일한 사건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인 사실관계가 동일한 경우에도 적용된다.

다만 예외적으로 ‘재심’의 경우 일사부재리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형사소송법 제420조는 유죄 확정판결에 대해 재심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하지만 이는 피고인의 이익을 위한 제도이므로 더 무거운 형을 내려달라고 요청하는 것은 재심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재심은 사건의 진범이 발견되거나 명백히 새로운 증거가 발견됐을 때 억울하게 누명을 쓴 피고인의 죄를 줄여주거나 무죄 판결 내기 위해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2008년 발생한 ‘조두순 사건’도 일사부재리 원칙에 따라 법적으로는 재심이 불가능하다. 2020년 조두순의 출소를 반대한다며 국민 청원이 빗발쳤지만,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재심을 통해 조두순의 출소를 막는 것은 현행법상 불가능하다”고 답하기도 했다.


백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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