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의 이 같은 해명으로는 고의성이 짙다는 의혹을 떨쳐내기 힘들어 보인다. 현재 공매도 거래 시스템을 보면 차입 담당자가 대여기관의 승인 없이도 차입 잔량 칸에 거래 수량을 자의적으로 입력해 매도할 수 있으며 매도한 주식은 결제일 전까지만 차입해 넣어두면 된다. 직원의 실수가 아니라 고의로 무차입 공매도를 상습적으로 했을 개연성이 있는 대목이다. 설사 고의가 아니더라도 골드만삭스의 잘못은 크다. 무차입 공매도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도록 거래 시스템을 손질하면 될 텐데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직원 실수 탓만 한다. 골드만삭스는 공매도 순보유 잔량 보고 누락으로 제재를 받은 것까지 포함해 이번까지 공매도와 관련해 모두 세 번의 제재를 받았다. 한국을 우습게 보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런 일을 반복할 수 있나.
그동안 증시에서 공매도는 정보력 면에서 월등하게 앞서는 기관투자가들이 힘없는 개인투자자를 울리는 불공정한 게임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기관투자가가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정보를 미리 입수해 공매도에 활용할 경우 개인투자자는 눈을 뜨고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은 이번 기회에 일반투자자에게 큰 피해를 입히는 불법 공매도를 뿌리 뽑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무엇보다 현행법상 불법인 무차입 공매도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우리 증시가 외국계 투자회사들의 공매도 놀이터가 되지 않도록 소액의 과태료 처분 대신 징벌적 수준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형사 처벌도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