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김성현 칼럼] 경제위기 11년 주기설

성균관대 경제학 교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1년 지나

세계경제 곳곳서 안좋은 뉴스 넘쳐

文정부 들어 기업·가계 부채 증가

새로운 경제위기 터질지 아무도 몰라




지난 1997년 외환위기는 기업과 금융권의 과도한 해외 부채와 갑작스러운 자본유출에 대응하지 못했던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었지만 그전에 이미 여러 징조가 있었다. 국내에서는 기아·삼미·한보 등 여러 대기업이 과도한 부채와 경쟁력 상실로 연쇄 도산했고 대외적으로는 원화가치 고평가로 경상수지 적자가 누적돼 외환보유액이 급격히 줄었다. 하지만 정부재정 부문은 건전했다. 1980년대 남미처럼 정부 부문의 방만한 외화차입은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었다. 그 결과 남미식 외환위기에 익숙해 있던 국제통화기금(IMF)의 긴축재정정책이라는 약효가 이전처럼 먹혀들지 않았고 경제학계에서는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외환위기의 원인과 대응방안에 대해 여러 새로운 이론들이 나왔다.

11년이 흐른 2008년 새로운 타입의 금융위기가 미국에서 시작됐다. 2000년대 들어 과열되기 시작한 미국 주택시장 버블이 2006년 정점을 찍고 터지면서 주택 모기지 시장과 관련된 금융시장의 위기가 시작됐다.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후 이 위기는 금융시장을 통해 전 세계로 퍼져나가며 유럽 재정위기를 일으키는 데 간접적으로 영향을 줬다. 이전의 금융위기와 달리 미국이라는 선진국에서 시작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그 원인과 파급효과가 과거와는 완전히 달랐고 이후 경제학계에서는 또다시 경제위기에 대한 새로운 이론들이 나오게 된다. 그전까지 주로 금융 및 자본시장의 개방과 자유화를 표방하던 정책에서 벗어나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인정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금융·자본시장의 감독·관리를 중요시하는 정책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두 경제위기는 서로 다른 원인과 파급 경로를 가지지만 극소수를 제외하고 그 누구도 갑작스레 터질 것이라고 예측하지 못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위기가 터지기 전 이미 경제에서 여러 징조가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역사적인 위기상황으로 발전되리라 예측하지 못했고 심지어 경제에 나타나고 있던 여러 현상이 사전 징조였다는 것조차 경제위기 발생 이후에야 알게 됐다. 학계에서도 새 이론이니 정책이니 하면서 호들갑을 떨었지만 대부분 위기가 일어나고 나온 뒷북정책이고 연구였다. 그만큼 경제위기 예측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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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또다시 11년이 흘렀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경제 곳곳에서 안 좋은 뉴스가 넘쳐난다. 저성장과 저물가는 이미 세계적으로 고착화됐고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Brexit)의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유럽 경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하에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는 이미 낮은 경제성장률과 높은 부채로 고통받고 있는 중국 경제에 큰 타격을 줬고 이는 중국을 제1 무역파트너로 둔 한국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시행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 같은 소득주도성장 정책, 친노조·반기업 정책 등으로 인한 실업 증가와 기업 투자 및 생산성 하락은 많은 기업과 가계를 한계상황으로 몰아넣고 있다. 가계와 기업 부채 또한 계속 증가하고 얼어붙은 부동산 경기는 이미 식어버린 내수시장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더욱이 그동안 경제 버팀목이 돼왔던 수출과 재정 건전성까지 올 들어 급격히 나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2월 시작된 수출 마이너스 행진은 갈수록 악화하고 이 추세는 반도체 경기가 회복되지 않는 한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복지예산을 비롯해 급격히 늘고 있는 재정지출과 기업 실적악화로 인한 법인세 수입감소 등으로 재정 또한 악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 지속하면 한계에 도달한 중견기업들과 가계의 도산, 이에 따른 금융권의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

역사에서 봤듯이 경제위기는 예고 없이 찾아오고 위기의 징조들도 발생 전에는 전조현상인지 알기 힘들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어느 곳에서 과거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경제위기가 터질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다만 확실한 것은 위기 이후 위기의 원인과 대응책에 대한 새로운 경제이론들이 여기저기서 연구될 것이라는 점이다. 다만 이러한 연구에 한국이라는 이름과 경제위기 11년 주기설이라는 새로운 용어가 나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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