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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인터뷰]수영, “영화에 대한 갈망 커..레드카펫 밟으며 소녀처럼 행복"

‘막다른 골목의 추억’ 주역 데뷔, 수영 인터뷰

2002년 일본 걸그룹 ‘Route O’로 데뷔해 ‘소녀시대’ 멤버를 거쳐 드라마와 영화 출연 등 국경을 넘나드는 만능 엔터테이너 최수영이 첫 주연 영화로 관객들을 찾아왔다.

영화 속 주인공이 성장통을 이겨냈듯, 걸 그룹 멤버에서 배우로 거듭난 수영 역시 이전보다 훨씬 의연해진 모습이었다.


지난 4일 개봉한 영화 ‘막다른 골목의 추억’은 유미(최수영)가 일본에서 애인 태규(안보현)와 뜻하지 않은 이별을 경험한 뒤, 일본 나고야의 막다른 골목에 있는 카페 ‘엔드 포인트’에서 지내며 주인 니시야마(타나카 슌스케)를 비롯한 이들에게 치유받는 이야기를 그린다. 담담하게 자신의 상처를 극복하는 유미의 시선을 오롯이 따라가는 영화다.

배우 수영/사진=영화사 조아배우 수영/사진=영화사 조아



‘막다른 골목의 추억’은 지난 2월 일본에서 먼저 관객과 만났다. 그는 한국 개봉을 앞두고 “내가 책임지고 갔었어야 할 영화고, 프로젝트’란 생각이 들어 두렵고 떨린다”고 털어놨다.

저예산 영화이자 한일합작 프로젝트인 이번 영화는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무엇보다 여성 작가, 여성 감독, 여성 캐릭터를 함께 했다는 것에 대해 의미가 크다.

“유미가 가진 정서를 집요하게 따라가는 작품입니다. 특히 원작에서는 유미와 니시야마 사이 미묘한 기류가 있었는데, 영화는 그걸 걷어내고 오롯이 유미의 시선과 정서를 따라가는 점이 좋았어요. 이야기가 단순히 남녀간의 이별이 아닌, 성장통에 대한 해답 같아서 좋았어요. ”

최수영은 영화를 찍을 당시 자신에게도 늦은 사춘기가 왔던 것 같다고 고백했다. 영화촬영을 하는 시간 동안 사춘기를 벗어날 수 있는 치유의 시간이 되었던 작품이라 더욱 의미 깊다.

“극중 유미처럼 묵묵히 시간을 보내는 것 자체가 성장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에 공감이 갔어요. 소설 속 미미는 평범한 가정에서 모진 풍파 없이 살아온 친구인데, ‘흉측한 이야기들이 흉측하게만 느껴지지 않았다’라는 문장이 나와요. 예전에는 흉측한 일을 하는 이들의 심경에 공감할 수 없었다면, 이제 ‘무슨 사연이 있을까’ 궁금해 하는 여성으로 바뀐 거죠. 그 점이 나와 비슷했어요. 모두가 나를 좋아하고 내 이야기에 공감할 순 없다는 것도 깨닫게 됐죠.”


2002년 일본에서 가수로 데뷔 후, 이후 2007년부터는 한국에서 걸 그룹 소녀시대 멤버로 활동한 수영은 지난해 SM엔터테인먼트를 떠나 에코글로벌그룹과 계약을 체결했다. 30대의 문턱도 의연하게 올라섰다. 지난해엔 ‘90년생 최수영’이라는 버라이어티를 통해 서른에 대해 많은 걸 생각해 볼 수 있었단다.



수영은 30대를 앞두고 많은 고민을 했었지만 이젠 담담해졌다. “ ‘90년생 최수영’을 통해 서른을 맞이하는 여성 그리고 지금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여성의 고민을 나누고 싶었죠. 막상 30대를 맞이해보니 바뀌는 게 하나도 없는데 그동안 내가 ‘30’이라는 숫자에 동화 같은 프레임을 씌우고 살았던 것 같아요. 여전히 전 고군분투 중이고, 인정받고 싶고, 성장 중이죠. 이런 점을 보다 의연하게 받아들이게 된 것 같아요.”

가수 수영이 아닌 배우 수영으로 인정받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다. 스스로 “영화에 대한 갈망이 컸지만, 많은 오디션 기회는 없었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배우 수영/사진=영화사 조아배우 수영/사진=영화사 조아


배우 수영/사진=영화사 조아배우 수영/사진=영화사 조아


“예전부터 영화에 대한 솔직한 갈망이 있었어요. 소녀시대 때 부터 영화 오디션을 봤어요. 그럼에도 오디션의 문을 열기가 쉽지 않았어요. 가수 출신 이미지도 있고, 연기력이 부족했던 탓도 있지 않았을까. 오디션에 떨어진 이유에 대한 명쾌한 답을 들은 적은 없어요. 다만 내가 떨어진 작품 속 캐릭터를 다른 배우가 연기하는 걸 보면 속상하지만 인정하게 되던걸요.”

수영은 아이돌 출신 배우라는 꼬리표를 뛰어넘고자 했다. 그렇기에 “가수 출신이라서 기회를 못 잡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고 잘라 말했다. 그는 “도경수, 임시완은 두 분야 모두 잘 해내지 않았나. 그건 나의 문제일 수도 있고, 그간 출연한 작품 속 이미지의 문제일 수도 있겠죠”라며 더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한 가지는 확실했다. 이번 ‘막다른 골목의 추억’이 수영에게 영화를 만들어가는 재미를 알게 한 것. “이게 영화인지 몰랐어요. 전우가 된 기분이랄까. 영화라는 작업을 왜 사람들이 좋아하는지 알겠으니까요.”

“영화는 철저히 감독의 예술이기도 하지만, 이야기를 만든 팀의 예술이기도 해요. 각자 그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서 아름다운 결과를 만들어내는 작업이라는 게 되게 와 닿았죠. 이 앞 번 부산 국제 영화제에서 특히 와 닿았어요. ‘막다른 골목의 추억’ 배우로 레드카펫을 들어가는데 기분이 묘하고 행복했어요. 긴장이 돼서 계속 입술을 깨물면서 레드카펫을 걸었던 기억이 나요. 소녀처럼 행복했죠. 특히 영화는 전우의 느낌으로 함께한다는 유대감이 매력적인 것 같아요. 그것도 촬영 때 한 번으로 그치지 않잖아요. 기자시사회, 시네마톡, 인터뷰까지 계속 그 기운을 가져가는 게 특별했어요.”

수영에게 10년을 함께한 그룹 소녀시대를 빼 놓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수영에게 그 누구보다 큰 힘이 되는 존재 역시 ‘소녀시대’ 멤버들이었다. 소녀시대 재결합 가능성 역시 열려 있었다.

“같은 여자로서, 이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성장하면서 느끼는 점이 비슷해요. 그 시간들을 함께 견뎠기에 느낄 수 있는 것 아닐까요. 제 미래를 꿈꿨을 때 혼자 서 있는 모습은 아니에요. 언젠가는 멤버들과 같이 콘서트 하는 모습을 기대하고 있어요.”

정다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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