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들이 베트남 부동산 시장에서 30년 전의 한국을 보고 있습니다.”
지난달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만난 한국 기업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이처럼 말했다. 실제 최근 들어 부동산개발회사와 금융회사들이 베트남 부동산 시장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높은 경제성장률과 가속화하는 도시화 등 베트남에서 1970~1980년대 한국의 모습이 그대로 재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기회를 모색하는 곳은 롯데그룹이다. 심영우 롯데자산개발 하노이법인장은 “급격한 산업화로 인한 소득 증가와 도시화로 하노이와 호찌민 등 대도시에서 주거와 오피스·호텔·쇼핑몰 등 상업용 부동산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며 “한국의 1980년대와 같이 부동산 산업의 고속성장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실제 지난달 방문한 하노이는 도시 곳곳에서 대형 개발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었다.
롯데는 이미 2014년부터 하노이 중심부에 백화점, 마트, 오피스, 서비스드 레지던스 등이 포함된 복합시설 ‘롯데센터 하노이’를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심 법인장은 “중국의 경우 경쟁사보다 늦게 진출하는 바람에 부도심 위주로 사업을 진행해야 했다”며 “이와 달리 베트남은 경쟁사보다 일찍 진출해 입지를 다졌다”고 강조했다. 실제 평일 저녁에 롯데센터 하노이에 위치한 롯데마트를 방문하면 현지인들과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아직까지 고전하고 있는 백화점과 달리 롯데마트는 현지에서 인지도가 높다. 롯데는 이 같은 인지도가 향후 베트남에서 사업을 전개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롯데가 현재 베트남 제2의 도시 호찌민 투티엠 지역에 개발 중인 ‘에코스마트시티’는 미래형 복합단지 모델로 향후 베트남을 넘어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롯데그룹의 인지도를 높여줄 프로젝트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전 세계의 화두인 친환경과 에너지 절감을 구현하는 것이 특징으로 롯데는 에코스마트시티를 성공시켜 향후 인도네시아 등 주변국에까지 개발 모델을 수출할 계획이다. 에코스마트시티가 가능했던 것도 롯데가 오래전부터 공을 들인 덕분이다.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은 호찌민시에 개발 의지가 없던 1997년부터 이 지역의 잠재력을 알아보고 시 정부에 개발안을 제시했으며 이를 이어받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꾸준함과 롯데월드타워 등 개발 역량에 대한 신뢰가 더해져 프로젝트가 추진되게 됐다.
이외에 롯데는 베트남 공유 오피스 시장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 롯데는 지난해 신동빈 회장이 베트남을 방문한 것을 계기로 베트남 정부와 함께 스타트업 펀드 조성을 준비 중이다. 롯데는 단순히 투자를 하는 것뿐 아니라 롯데액셀러레이터를 통해 현지 스타트업을 직접 육성하고 공유 오피스를 조성해 스타트업들에 업무공간을 제공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기관 중에서는 신한금융그룹이 베트남 투자에 적극적이다. 신한은 2017년부터 베트남을 해외 부동산 투자의 전략적 거점으로 삼고 현지 투자 기회를 적극 모색하고 있다. 신한은 올 초 다낭에 위치한 호텔에 투자했으며 현재 호찌민과 하노이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투자 대상을 찾고 있다. 이용훈 신한금융투자 글로벌부동산부서장은 “높은 경제성장률과 더불어 도시화의 가속화, 외국인직접투자(FDI) 및 자국 산업의 발전 등에 힘입어 하노이·호찌민 등 주요 도시로의 인구 유입이 지속되고 있다”며 “수요 대비 공급이 극히 제한적이라 우량 오피스와 호텔 등에 대한 투자 기회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노이=고병기기자 호찌민=박효정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위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서울경제신문·VN Express(베트남)의 공동 취재를 통해 작성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