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강원 산간을 휩쓴 대형 산불은 이미 진압됐지만 화마에 생활 터전을 잃은 이재민들의 상처는 너무 컸다. 9일 피해 지역 중 한곳인 속초를 찾은 이낙연 국무총리 앞에서 한 이재민 여성은 “이제 어떻게 살아요”라며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이 총리는 “힘껏 도와드리겠다. 너무 걱정 마시고 힘내라”며 이재민을 다독였다.
이 총리는 이날 국무회의 직후 강원도 산불 이재민들의 임시 거주지인 강원 속초 소재 LH연수원을 방문해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박선호 국토교통부 1차관, 김현수 농림수산식품부 차관, 배진한 행정안전부 재난협력실장, 정만호 강원도 경제부지사, 김철수 속초시장을 비롯해 이재민과 소상공인, 농업인 등 피해지역 주민 대표, 현장 산불진화요원, 자원봉사자 등이 참석했다.
이 총리는 “강원도민들께서 많은 어려움을 견디시고 슬픔도 견디시고 이제 앞날도 걱정하시면서 지내고 계신 것 잘 알고 있다”며 “위로의 마음을 가지고 있고 돌아가신 분의 명복을 빌고 가족들께도 심심한 조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입원 중인 부상자의 쾌유도 기원했다.
이 총리를 만난 현지 주민들은 애로 사항을 쏟아냈다. 소상공인 대표로 간담회에 참석한 권용수씨는 “속초에는 지금 이재민뿐만 아니라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이 굉장히 많다”며 “그런 사람들이 빨리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임시 컨테이너 박스 빨리 설치해서 사업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농업인 어두훈씨는 “대형 산불이 속초, 양양, 고성에서 계속 발생하고 있다”며 “초동 대응, 초기 진화가 특히 중요한 만큼 이쪽에 소방 헬기가 상주할 수 있게 해달라”고 건의했다. 이와 함께 어씨는 보상금이 충분하지 못할 경우 주민들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점과 집을 새로 짓는 과정에서 인허가 문제점 등도 호소했다.
박주희 속초 자원봉사센터장도 현장의 어려움을 이 총리 앞에서 설명했다. 박 센터장은 “오늘까지 속초시 자원봉사센터에 접수된 전국 봉사자들의 요청 수가 217건에 3,600명”이라며 “전국에서 오는 봉사자 분들의 숙박시설이 필요하다. 또 통행료 감면은 어떨까 요청 드린다”고 말했다.
양승현 동부지방산림청 산불재난특수진화대원은 신분의 불안정성을 호소했다. 양씨는 “12년 정도 하다 보니까 이제는 산불을 끄는 게 직업이 됐다”며 “그러나 무기계 약직도 아니고 일당벌이식이고, 비가 오면 월급도 못 받는다”고 말했다.
현장간담회가 열린 LH속초연수원에 머물고 있는 이재민들도 이 총리에게 여러 어려움을 토로했다. 안준헌씨는 “주민들은 불안해하는 게 보상 문제”라며 “TV에 보면 1,300만원이라고 나오고 주민들이 전부 그것 때문에 불안해 한다”고 말했다. 이에 이 총리는 “지혜를 짜고 있다”고 답했다.
또 다른 이재민인 송병국씨는 전선 지중화 문제를 언급했다. 송씨는 “방송 특보로 화면에 나온 집이 저희 집”이라며 “전봇대 전선 문제가 심각하다. 전선을 지하에 묻어달라”고 요청했다. 이 총리는 “지역이 넓으면 힘들겠지만 아주 특별한 지역이라면 검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 총리는 인천국제공항 애국지사 유해봉영식을 위해 서둘러 이동하던 중 로비에 모여 휴식하던 이재민들과도 일일이 악수했다. 이 과정에서 한 여성은 총리 앞에서 울음을 터뜨렸고, 이 총리는 가만히 안아줬다. 이 총리는 여성이 계속 울자 “어머니가 약하면 안된다”며 “힘껏 도와드리겠다”고 약속했다. 또 이 총리는 이재민들에게 “꼭 다시 오겠다”고 거듭 약속한 후 무거운 발걸음을 재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