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자신의 집무실을 방문하는 사람에게 꼭 자랑하는 것이 있다. ‘디지털 시장실’이다. 서울의 재난·교통·미세먼지·상하수도 등 빅데이터를 총망라해 집무실의 대형 스크린에 띄우는 시스템으로 방문객이 올 때마다 터치스크린을 톡톡 건드리는 작업을 빼놓지 않는다. 박 시장은 서울시의 빅데이터를 시정 적용은 물론이고 민간에 공개해 스마트시티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려고 하지만 이른바 ‘개·망·신’으로 불리는 빅데이터 규제 3법이 발목을 잡고 있다. 박 시장은 빅데이터 규제 3법이 국회에서 풀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시장은 서울경제와 인터뷰에서 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등 ‘빅데이터 규제 3법’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데이터 규제 3법으로 인해 제한적으로만 빅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우선 사회적 합의를 통해 규제와 혁신의 절충점을 찾아 데이터 규제 3법의 개정을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스마트시티’는 박 시장의 핵심 정책 중 하나다. 서울시가 지난달 13일 ‘스마트시티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오는 2022년까지 총 1조4,725억원을 투입해 서울을 ‘빅데이터 수도’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서울에 총 5만개의 사물인터넷(IoT) 센서를 설치해 미세먼지·소음·바람·유동인구 등 각종 정보를 수집할 계획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박 시장은 선진적인 스마트도시 정책을 수출하는 구상도 갖고 있다. 박 시장은 “서울시는 스마트도시 분야의 일류 도시”라며 “환승 시스템만 하더라도 서울시가 최대주주인 한국스마트카드가 콜롬비아 보고타시에 3,000억원에 수출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규제다. 박 시장은 “빅데이터 3법의 강도 높은 규제가 개인정보 데이터의 산업 활용도를 낮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름·주민등록번호 같은 개인 식별정보는 물론 자동차 번호판처럼 다른 정보와 결합해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까지 사용할 수 없다. 개인정보를 다른 데이터와 결합하는 것도 불법이고 빅데이터 활용 목적도 ‘통계 작성 및 학술연구’로 엄격히 제한된다. 이 때문에 서울시는 다산콜센터 120 등의 빅데이터를 교통·안전 정보와 결합해 승차거부 다발 발생 지역 분석 등으로 활용하려고 하고 있지만 번번이 발목을 잡히고 있다. 공공데이터를 민간에 개방하는 것도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올해 상반기를 ‘개·망·신’ 법 개정의 골든타임으로 보고 있지만 지난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은 통과되지 못했다.
박 시장은 “서울시는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빅데이터와 관련한 다양한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와 협력해 택시 수요가 높은 경로를 분석, 택시를 집중 투입하거나 교통 빅데이터를 분석해 올빼미 버스 노선을 만드는 것이 실례다. 박 시장은 “금융기관·이동통신회사 등과 공동으로 다양한 데이터 분석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며 “서울시의 노력과 성과가 국회가 전향적으로 규제혁신에 착수하는 마중물 역할도 하리라고 기대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