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증권사들이 삼성전자(005930) 실적이 2·4분기 중 바닥을 찍을 것으로 내다봤다. 갤럭시S10 시리즈 판매 호조가 반도체 부문 실적 부진을 만회해주고 하반기로 갈수록 차츰 반도체 가격이 반등해 분기당 영업이익이 7조원 후반에서 10조원대로 회복할 것으로 분석됐다.
9일 증권 업계에 따르면 대부분의 외국계 증권사들은 최근 삼성전자의 1·4분기 실적 잠정치 발표 후 “삼성전자의 실적 악화는 예상했던 수준”이라며 “이익 하락 국면이 상반기 중 마무리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외국인은 지난 4월 들어 이날까지 7거래일간 삼성전자를 5,078억원 순매수했다.
우선 증권사들은 세계 최초 5세대(5G) 이동통신 폰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갤럭시S10 시리즈가 반도체 실적 부진을 상쇄시켜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골드만삭스는 “갤럭시S10 시리즈의 초기 판매 호조가 IT·모바일(IM) 부문 이익뿐 아니라 D램과 낸드의 비트 출하량 증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모바일 부문 실적 증가는 2·4분기에도 실적 버팀목이 돼줄 것으로 예상됐다. CLSA는 2·4분기에 휴대폰 출하 및 판매가 증가로 IM 부문의 영업이익은 견조할 것으로 내다봤다. HSBC도 “갤럭시S10 시리즈가 지난해 휴대폰 버전보다 출하량 기준 9%가량 증가할 것”이라며 “애플과 중국 소비자를 위한 스마트폰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적용이 늘어나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반도체 가격은 2·4분기에도 여전히 약세를 보인 후 하반기부터 회복될 것으로 예상됐다. 2·4분기에 영업이익이 6조원 중반을 기록한 후 하반기부터는 분기별로 적어도 7조원 후반, 많게는 1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는 증권사도 있었다. CLSA는 2·4분기에도 반도체 가격이 D램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 낮게 형성돼 영업이익 하락 압력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하반기부터는 가격 하락폭이 줄어든 가운데 출하량도 늘 것으로 예상하며 ‘반도체 이익의 다운사이클’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골드만삭스는 낸드는 3·4분기, D램은 4·4분기부터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봤다. 골드만삭스는 2·4분기 실적 전망치로 어닝쇼크였던 1·4분기와 비슷한 매출액 50조5,400억원과 영업이익 6조3,4000억원을 제시했다. 그러나 영업이익이 3·4분기와 4·4분기에는 각각 8조4,100억원과 8조8,300억원으로 올라설 것으로 봤다.
투자의견도 긍정적이다. 목표 가격은 JP모건과 골드만삭스는 각각 5만원, 5만2,000원을 제시했다. CLSA·맥쿼리·HSBS·CS 등은 5만4,000~5만5,000원을 제시했으며 노무라가 5만9,000원으로 가장 높은 전망치를 냈다. 다만 2017년 말 가장 먼저 반도체 업황 하락을 예견했던 모건스탠리는 여전히 부정적인 전망을 유지하며 목표가 4만원과 투자의견 ‘시장 비중’을 견지했다.
한편 외국계의 이 같은 긍정적인 전망을 반영하듯 어닝쇼크 이후에도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 매수세는 지속되고 있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총 5.087억원을 순매수했다. HSBC는 “반도체 약세는 여전히 우려스러운 점이지만 더 이상 하락하지 않을 것”이라며 “삼성전자는 5G, 사물인터넷(IoT), 스마트시티 등 신기술의 핵심 수혜주라는 점에서 중기적으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