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동십자각] 경찰의 보배

성행경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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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나라 농부가 밭을 갈다가 옥을 주워 사성 벼슬에 있는 자한에게 바쳤으나 그는 받지 않았다. 농부가 “옥을 감정하는 사람이 보배라고 해서 바치는 것입니다”라고 거듭 청하자 자한이 말했다. “그대는 옥을 보배로 여기지만, 나는 탐내지 않는 마음을 보배로 삼는다. 만일 내가 그것을 받는다면 그대와 내가 모두 보배를 잃는 셈이니 제각기 자기의 보물을 간직하는 것만 못하다.” ‘춘추좌전’ 양공편에 나오는 고사다.


자한에게 옥을 바치려는 농부가 아무리 사심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귀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남에게 줄 때는 상실감이 발생하고 받은 사람은 부담감을 갖기 마련이다. 상실감을 채우고 부담감을 덜어내 균형을 맞추려는 것이 바로 뇌물의 법칙이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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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승리와 정준영 등이 참여한 단체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경찰총장’으로 등장하는 윤모 총경은 강남경찰서에서 재직하던 시절 단톡방 등장인물들과 밥도 먹고 골프도 치고 공연 티켓도 받았다고 한다. 유흥업소를 관리하느라 고생하는 ‘형님’에게 사심 없이 밥을 사고 보배같이 귀한 ‘빅뱅’ 콘서트 티켓을 줬을 수도 있으나 그것을 받는 순간 같은 가치를 지닌 무엇으로 보답해야 한다는 부담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래서 후배 경찰을 통해 술집 단속 정보를 알아봐 줬을 것이다. 경찰관에게 보배는 무엇인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사회의 안녕과 질서를 유지한다는 자부심이다. 그것을 몇 만원짜리 식사와 수십만원짜리 티켓 따위와 바꿨으니 어리석은 거래다.

버닝썬 사건으로 경찰과 유흥업소 간 유착관계가 드러나자 민갑룡 경찰청장과 원경환 서울경찰청장은 “발본색원하고 일벌백계하겠다”고 거듭 다짐했다. 하지만 닫힌 시스템 안에서 기존의 제도가 작동하는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혁신과 성찰 없이 일부 경찰관을 ‘희생양’ 삼아 처벌한다고 해서 유착 고리가 끊어질까. 기존 시스템과 문화를 개혁하지 않고서는 ‘경찰총장’은 언젠가 또 등장할 것이다. 사족 하나. 다산 정약용은 ‘목민심서’에서 ‘뇌물은 누구나 비밀스럽게 주고받겠지만, 한밤중에 주고받은 것도 아침이면 드러난다’고 일갈했다. 세상에 비밀은 없다. /saint@sedaily.com

성행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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