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아닌 행동을 보이라’는 유럽연합(EU)의 요구에 중국이 ‘이번에는 진짜’라며 EU와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9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EU의 도날트 투스크 정상회의 상임의장 및 장클로드 융커 집행위원장과 정상회담을 열고 중국·EU 간의 포괄적인 전략적 협력을 위한 24개항의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중국 측이 대외개방과 개혁을 확대하는 대신 EU는 미국의 일방주의에 중국과 공동 대응하고 일대일로와 EU의 유럽·아시아 연결 프로그램에서 협력한다는 내용이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당초 EU는 중국을 지지하는 듯한 이런 식의 공동선언을 하지 않으려 했다. 중국이 그동안 개방 약속을 숱하게 했지만 실제로 이뤄진 것은 거의 없다는 불만 때문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EU 대표들이 회담장을 박차고 나갈 뻔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 2017~2018년 정상회담 때는 공동선언이 발표되지 않았다.
결국 중국이 대폭 양보하면서 이번 합의가 이뤄졌다. 이번 공동성명에는 시장개방 확대와 기술이전 강요 금지, 세계무역기구(WTO) 개혁 협력, 산업보조금 논의 등 EU가 그동안 원했던 내용이 대부분 담겼다. 리 총리는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유럽 기업들이 (중국 기업과) 동등한 대우를 받을 것”이라며 외국 기업들의 불만을 처리하는 메커니즘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투스크 의장도 “협상은 어려웠지만 결국 풍성한 성과를 거뒀다”며 “우리는 상호성에 기반을 둔 파트너십을 지향하는 합의를 이뤘다”고 말했다.
EU로서는 최근 미국·EU 간 무역전쟁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중국과도 대립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 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도 EU의 지지가 절실하다.
다만 EU 내에서는 중국의 변화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여전하다. 이번 중·EU 공동선언은 상당 부분이 현재 진행 중인 미중 무역협상안과 겹치고 다른 점이 있다면 강제규정 없는 ‘선언적’ 의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EU의 한 외교관은 “이번 합의가 실현될지 아닐지는 오직 시간만이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SCMP는 전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