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강레오의 테이스티 오딧세이] '대한민국 3.5%' 의성 마늘...적당한 매운맛·살짝 감도는 단맛 완벽한 조화

3년 걸쳐 생산 주아식 한지형 마늘

향까지 훌륭해 요리할 때 더 선호







세계 마늘 생산량을 보면 역시나 중국이 1위, 인도가 2위다. 인구순위로 마늘을 많이 먹나 싶었는데 1· 2위와 차이는 크게 나지만 한국이 세계 생산량 3위가 될 정도로 우리나라는 마늘 생산량이 많은 편이다.

22년 전 한국을 떠나 유럽으로 유학을 준비하던 시절이다. 사람들한테서 가장 많이 듣던 말은 서양인들은 마늘을 먹지 않기 때문에 마늘 냄새를 싫어한다는 것이었다. 유독 한국은 김치에 마늘을 많이 넣어 먹기 때문에 한국 사람들 특유의 마늘 냄새를 싫어한다고 말이다. 막상 그 말을 듣고 보니 마늘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난 마늘과 차츰 멀어지며 런던으로 해외유학을 떠났다.

런던은 정말 다양한 인종들이 사는 대도시였다. 그만큼 다양한 문화와 요리가 공존하는 도시다. 그렇게 외국 생활을 꽤 오래한 편인데도 불구하고 마늘 냄새와 관련해서는 단 한 번도 지적을 들어 본 적이 없었다. 오히려 유럽에서 다양한 요리를 경험하며 마늘의 쓰임을 보면 이탈리아와 스페인 요리에는 한국 못지 않게 생선·고기·소스·조림·빵류 등에 마늘이 다양하게 사용됐다. 프랑스 요리에도 마늘 사용이 적지 않았다. 파스타를 볶거나 스테이크를 구울 때 팬에 마늘을 같이 볶아 주거나 구워 주면 그만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향과 감칠맛을 돋울 수 있다.


마늘은 탄수화물 20%와 단백질 3.3%, 지방 0.4%, 섬유질 0.92%, 회분 13.4%, 비타민 B1, 비타민 B2, 비타민 C, 알리신 등 다양한 영양소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 셀레늄은 최근 한창 뜨고 있는 무기질로 ‘100세 시대’에 가장 필요한 물질 중 하나다. 체내의 여러 가지 작용에 필수적인 무기질이며 항산화 물질이다. 강력한 항산화력으로 세포막 손상을 일으키는 과산화수소와 같은 활성산소를 제거해 신체 조직의 노화와 변성을 막아주거나 그 속도를 지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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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어떤 마늘이 좋은 마늘일까? 주로 ‘한지형 마늘’과 ‘난지형 마늘’ 둘로 나뉘는데 한지형은 우리가 말하는 육쪽이 선명하게 나뉘는, 쪽이 굵은 마늘이며 겨울철이 추운 중북부지방과 내륙지방에서 주로 재배해 장기보관하면서 사용하기 적당한 마늘이다. 10월 하순에서 11월 상순경에 파종해 싹이 나지 않은 상태에서 땅속에서 월동한 다음, 봄에 싹이 올라오는 것이 특징이다.

난지형은 잘게 쪼개진 작은 알갱이들로 한 통에 10쪽 이상이 생기는 마늘을 말한다. 제주도와 남해, 고흥 등 남해안 지역에서 생산되는 마늘로 겨울철이 비교적 따뜻한 지역에서 재배하는 마늘이다. 난지형 마늘의 대표적인 품종은 남도마늘과 대서마늘(스페인종) 등이다. 마늘 통이 크고 단위 면적당 수확량이 한지형보다 많다. 9~10월 파종해 겨울이 되기 전 싹이 나와 밭에서 월동한다.



아무래도 요리사가 직업이다 보니 난지형보다는 한지형을 더 선호하고 우수한 품질로 본다. 저장성은 물론 맛과 향이 월등히 좋다. 한지형 마늘 중 단연 최고라 함은 주아식 농법을 이용한 한지형 마늘이다. 주아식 재배란 땅 위로 성장한 주아를 채취하는 것이다. 주아란 마늘 쫑 위에 동그랗게 맺힌 마늘씨를 말한다. 이 주아를 땅에 심으면 1년 후에 주아 1세대라는 통마늘을 얻게 된다. 이 통마늘을 다시 1년간 재배해 얻은 쪽마늘을 주아 2세대라고 하며 이것이 주아식 한지형 마늘이다. 이렇게 재배하기까지 3년의 시간을 거쳐 생산이 된다.

우리나라 마늘 총 생산량의 3.5%만이 주아식 한지형 마늘이며 이 마늘은 아무 땅에서나 키울 수도 없기 때문에 그 존재감이 더 확실하다. 의성 마늘이 유명한 이유는 주아식 재배의 시발점이 되기 때문이다. 의성 세목골농원의 김정찬 농부는 증조부 때부터 100년이 넘게 마늘 농사를 지으며 지금의 40년 경력을 자랑하는 주아식 한지형 마늘의 베테랑이 됐다. 그는 함께 마늘을 수확하며 주아식 한지형 마늘을 내게 권했다. 주아를 먹어본 나는 헛웃음이 났다. 이건 인생에 남을 마늘의 맛이었다. 너무 쓰지도 맵지도 않은 적당한 매운맛에 살짝 감도는 단맛과 마늘 향까지 균형이 너무도 훌륭했다. 늘 농부를 통해 요리를 배우지만 오늘도 새로운 영감을 받는다. 새로운 메뉴가 또 머릿속에서 걸어 나온다. /‘식탁이 있는 삶’ 상무이사

허세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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