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포스트하노이 노선으로 ‘자력갱생’을 강조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경제발전을 총괄하던 박봉주 총리가 노동당 부위원장으로 이동했다.
내각 총리가 노동당 부위원장을 겸하는 전례가 없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김 위원장이 미국의 고강도 대북제재를 극복할 경제수장으로 누구를 선택할 지 관심이 쏠린다.
조선중앙통신은 11일 전날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 결과를 보도하면서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 정치국 위원, 후보위원들을 소환, 보선하였다”고 언급한 뒤 “박봉주 동지, 리만건 동지를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선거하였다”고 밝혔다.
이르면 이날 밤 또는 12일 오전에 공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최고인민회의의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경제 수장이 교체될 경우 그 배경으로는 박 총리의 적지 않은 나이와 지지부진한 경제성장이 꼽힌다.
올해 80세로 알려진 박 총리가 북한 경제 전반을 총괄하기에는 무리라는 김 위원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미국의 대북제재가 본격적인 효과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속도가 나지 않는 경제발전에 대한 김 위원장의 질책성이라는 해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실제 김 위원장은 지난해부터 경제시찰 과정에서 내각의 업무태도를 질책하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맞서 자립경제 건설 총력전을 펼칠 새 수장으로는 김재룡 자강도 당 위원회 위원장이 거론된다. 김재룡 위원장은 이날 정치국 위원으로 보선된 인사명단의 맨 앞에 위치했고, 박 총리가 위원을 맡고 있던 당 중앙군사위원회에도 선출됐다. 김재룡의 출신지가 북한이 1990년대 후반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해 내건 슬로건인 ‘강계정신’의 발원지라는 점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김정일은 김일성 사후 추진해 온 고난의 행군 과정에서 가장 모범을 보인 지역으로 강계를 꼽았고 1998년 2월 노동신문을 통해 강계정신을 강조했다.
한편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로 문책성 인사를 받을 것으로 관측됐던 대미 인사들은 재신임을 받았다. 김 위원장이 그간 강경발언으로 미국과 갈등을 빚었던 최선희 외무성 부상 등 대미협상을 주도한 이들을 재신임한 만큼 북미 협상은 길고 지루한 장기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통신은 11일 전날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조직문제’가 안건으로 논의됐다고 전하며 당 중앙위원회 위원으로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직접 보선’됐다고 전했다. 직접 보선됐다는 의미는 당 규약상 최고 지도기관인 중앙위원회 후보위원을 거치지 않고 중앙위원으로 승진했다는 의미다. 군부출신의 강경파인 김영철도 이날 중앙위원과 후보위원으로 승진한 인사 명단에서 언급되진 않았지만 9일 열린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모습을 드러내 건재함을 과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