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김정은, 경제사령탑에 '고난의 행군' 극복 상징 '강계'출신 세우나

경제총괄 박봉주 총리, 노동당 부위원장 이동

北, 총리 겸 부위원장 전례없어 경제수장교체 분석

'강계출신' 김재룡, 정치국 위원 보선 1호 호명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3년 자강도 강계트랙터종합공장 체육관에 모란봉악단을 불러 노동자들과 함께 공연을 관람한 후 인사하고 있다./평양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3년 자강도 강계트랙터종합공장 체육관에 모란봉악단을 불러 노동자들과 함께 공연을 관람한 후 인사하고 있다./평양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포스트하노이 노선으로 ‘자력갱생’을 강조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경제발전을 총괄하던 박봉주 총리가 노동당 부위원장으로 이동했다.

내각 총리가 노동당 부위원장을 겸하는 전례가 없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김 위원장이 미국의 고강도 대북제재를 극복할 경제수장으로 누구를 선택할 지 관심이 쏠린다.

조선중앙통신은 11일 전날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 결과를 보도하면서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 정치국 위원, 후보위원들을 소환, 보선하였다”고 언급한 뒤 “박봉주 동지, 리만건 동지를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선거하였다”고 밝혔다.


이르면 이날 밤 또는 12일 오전에 공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최고인민회의의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경제 수장이 교체될 경우 그 배경으로는 박 총리의 적지 않은 나이와 지지부진한 경제성장이 꼽힌다.



올해 80세로 알려진 박 총리가 북한 경제 전반을 총괄하기에는 무리라는 김 위원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미국의 대북제재가 본격적인 효과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속도가 나지 않는 경제발전에 대한 김 위원장의 질책성이라는 해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실제 김 위원장은 지난해부터 경제시찰 과정에서 내각의 업무태도를 질책하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맞서 자립경제 건설 총력전을 펼칠 새 수장으로는 김재룡 자강도 당 위원회 위원장이 거론된다. 김재룡 위원장은 이날 정치국 위원으로 보선된 인사명단의 맨 앞에 위치했고, 박 총리가 위원을 맡고 있던 당 중앙군사위원회에도 선출됐다. 김재룡의 출신지가 북한이 1990년대 후반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해 내건 슬로건인 ‘강계정신’의 발원지라는 점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김정일은 김일성 사후 추진해 온 고난의 행군 과정에서 가장 모범을 보인 지역으로 강계를 꼽았고 1998년 2월 노동신문을 통해 강계정신을 강조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지난달 1일 베트남 하노이 주석궁에서 열린 공식환영식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하노이=연합뉴스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지난달 1일 베트남 하노이 주석궁에서 열린 공식환영식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하노이=연합뉴스


한편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로 문책성 인사를 받을 것으로 관측됐던 대미 인사들은 재신임을 받았다. 김 위원장이 그간 강경발언으로 미국과 갈등을 빚었던 최선희 외무성 부상 등 대미협상을 주도한 이들을 재신임한 만큼 북미 협상은 길고 지루한 장기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통신은 11일 전날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조직문제’가 안건으로 논의됐다고 전하며 당 중앙위원회 위원으로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직접 보선’됐다고 전했다. 직접 보선됐다는 의미는 당 규약상 최고 지도기관인 중앙위원회 후보위원을 거치지 않고 중앙위원으로 승진했다는 의미다. 군부출신의 강경파인 김영철도 이날 중앙위원과 후보위원으로 승진한 인사 명단에서 언급되진 않았지만 9일 열린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모습을 드러내 건재함을 과시했다.


박우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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