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 트레이드가 불행의 씨앗이 될 것인가.
국제통화기금(IMF)이 글로벌 경기둔화로 신흥국에서 자금이 급속하게 빠져나갈 수 있으며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IMF는 10일(현지시간) ‘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수년 간의 경기확장 끝에 글로벌 경제의 성장 속도가 느려지고 있다”며 “최근 6개월 동안 글로벌 금융시스템에 위험도가 높아졌다”고 밝혔다.
IMF는 ‘경기둔화→투자심리 악화→신흥국 자금유출’ 가능성을 지목했다. 지난 9일 IMF는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개월 전 예측치보다 0.2%포인트 낮춘 3.3%로 제시했다. IMF는 “긍정적인 투자 심리가 갑자기 나빠져 금융여건이 급격하게 긴축될 위험이 있다”며 “이는 펀더멘털이 약하고 금융변동성이 크며 정책적 대응수단이 적은 나라에 더 큰 충격을 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강력한 정책 변화는 투자자들이 위험자산을 팔아치우는데 방아쇠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우려는 금리가 낮은 선진국에서 돈을 빌려 수익률이 높은 신흥국에 투자하는 캐리 트레이드가 올 들어 급증한 데서도 나타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이달 3일까지 신흥국채권펀드에 들어온 자금은 232억3,000만달러(약 26조4,600억원)에 달한다. 3개월 만기 예금금리가 터키는 연 28%인데 반해 미국은 2.6%, 일본은 마이너스기 때문이다.
다만,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몰리면 그만큼 리스크가 커진다. 국가미래연구원은 “캐리 트레이드 거래자들은 주로 일본과 미국 등 저금리 시장에서 자금을 차입해 터키 같은 신흥국의 주식과 부동산, 기업을 사들인다”며 “레버리지가 잔뜩 커진 상황에서 시장이 위험해지면 투자자들이 신흥국에서 자금을 빼내 현지 시장이 급격한 유동성 위기를 맞게 된다”고 설명했다.
IMF는 경기둔화 외에 기업부채도 글로벌 금융시장의 뇌관으로 꼽았다. IMF는 “기업 부채의 위험성이 증가한 지역이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국가의 70%”라며 “비은행 금융기관을 통한 미국 기업부채는 위험요인”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