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긍정 모멘텀"→"실물지표 부진" 한달만에 낙관론 거둔 정부 그린북

<기재부, 4월 '최근 경제동향'>

"투자·수출 등 부진" 다시 표현

일각선 "추경편성 염두둔 것"




6조원대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준비 중인 정부가 우리 경제에 대해 “긍정적 모멘텀이 있다”고 했던 판단을 한 달 만에 거둬들였다. 대신 세계 성장세가 둔화하고 반도체 업황이 가라앉으면서 국내 생산·투자·수출 등 실물지표가 전방위적으로 부진하다고 평가했다. 경기 보강을 위한 추경을 앞둔 만큼 경기 진단도 대내외적 여건 악화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는 12일 펴낸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4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세계 경제 성장세 둔화, 반도체 업황 부진 등 대외 여건 악화에 따른 하방 리스크가 확대되는 상황”이라며 “1~2월 평균적인 동향을 볼 때 서비스업 생산은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으나 광공업 생산, 설비투자, 수출 등 주요 실물지표의 흐름이 부진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정부가 실물지표에 대해 ‘부진’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지난해 11월 이후 5개월 만이다. 기재부가 매달 발간하는 그린북은 국내외 경기상황에 대한 정부의 공식 판단을 담고 있다.


이는 불과 한 달 전 기재부가 일부 지표 개선을 근거로 우리 경제에 긍정적인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낙관론을 폈던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달 기재부는 그린북 3월호에서 세계 경제성장 둔화 우려와 반도체 업황, 미중 무역갈등 등 불확실 요인이 상존한다면서도 “연초 산업활동 및 경제 심리 지표 개선 등 긍정적 모멘텀이 있다”고 평가했다. 당시 국내 연구기관은 물론 국제통화기금(IMF)까지 “한국 경제가 역풍을 맞고 있다”며 경고 수위를 높여가고 있던 것과는 대비되는 시각이어서 ‘현실과 괴리된 인식’이라며 빈축을 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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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기재부는 이번 그린북에서는 대외 여건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나빠지면서 국내 실물지표도 타격을 받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 지난 2월에는 산업 생산(-1.9%), 설비투자(-10.4%), 소비(-0.5%)가 모두 감소한데다 3월 수출(-8.2%)도 4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홍민석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설 연휴 요인을 제외하고 1~2월 평균적인 지표 모습을 보니 광공업·설비투자·수출이 확실히 안 좋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긍정적 모멘텀’이라는 표현을 철회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세계 경제 둔화와 반도체 (가격 하락) 두 가지 하방 리스크가 확대된 결과”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이처럼 한 달 만에 경기 낙관론을 거둬들인 데 대해 추경 편성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국가재정법은 전쟁이나 대규모 자연재해 이외에 경기침체나 대량실업 등이 발생한 경우에만 추경을 편성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부가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입장을 유지하면 추경을 편성할 명분이 약해지는 셈이다. 기재부는 “추경안을 신속히 마련하고 투자 및 창업 활성화, 규제혁신, 수출 활력 제고 등 주요 대책 과제들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세종=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빈난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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