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토요워치] 민심보다는 당심? 진보·보수 계파전쟁

■공천, 당 살리는 씨앗될까…당 쪼개는 불씨될까

☞계파별 '몸 키우기'에 출렁이는 여의도

민주, 뼈文 복귀에 긴장…친黃체제 구축한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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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4월15일로 예정된 총선을 향해 시계가 째깍째깍 돌아가면서 정치권 곳곳이 어수선하다. 여야 가릴 것 없이 당 대표의 리더십을 대놓고 문제 삼는가 하면 계파 간에 서로를 흉물스럽게 헐뜯는 등 내홍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아직은 이합집산의 움직임이 본격화하지 않았지만 내년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여의도 정가의 움직임은 더욱 기민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당과 정치인의 생존을 결정짓는 ‘공천’, 그 숨막히는 경쟁에 여의도 전체가 술렁이고 있다. 공천은 단순히 개인전만으로 승부가 결정되지 않는다. 공천을 ‘따내는’ 단체전에서 밀리면 개인전은 의미를 잃고 만다. 정당 내 계파마다 단체전 승리를 위해 몸만들기가 한창이다.

단체전서 밀리면 끝…생존경쟁 치열


안철수·유승민·박지원·정동영계도

독립했지만 생존위한 노선갈등 심화




◇친문의 기선제압=물러설 수 없는 ‘한판승부’에서 기선제압은 필수다. 21대 총선 과반의석 확보가 절실한 더불어민주당은 ‘친문’이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양정철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다음달 민주연구원장에 취임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청와대 행정관을 지낸 탁현민 대통령 행사기획자문위원이 당 홍보위원장으로 거론되고 있다. 앞서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함께 윤영찬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등이 당에 복귀했다. 친문 중에서도 핵심들이 내년 총선의 민주당 간판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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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그간 표면적으로 계파가 없다고 자신해왔으나 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에 반문·비문이던 당내 인사들도 슬그머니 친문으로 돌아섰다. 미묘한 변화는 문 대통령 지지율이 점차 하락하면서다. 집권 초기 일사불란했던 모습에 균열이 오기 시작했다. 그즈음에 청와대는 이들 친문 인사를 하나둘 당으로 복귀시켰다. 친문 중심의 당체제를 유지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됐다. 기선제압은 일단 성공했다. 현재 86그룹과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이해찬계, 정세균계, 박원순 서울시장을 지지하는 정치인들이 그룹을 이루고 있지만 문 대통령의 지지세력에 가깝다. 다만 이들 그룹의 지지는 공천 결과에 따라 급변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친문이 책임지고 총선을 치르는 게 바람직하다는 판단이 당청 간에 형성된 것 같다”며 “하지만 선거운동의 힘을 보태는 것과 공천은 다르다. 친문 인사 위주의 공천이 이뤄진다면 당내 갈등은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과거 한국당에서 친박·비박·탈박 등 다양한 계파가 출연한 것처럼 공천 잡음이 발생하면 민주당도 친문·탈문·뼈문 등으로 분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친박의 변신…친황=실제 자유한국당은 권력의 이익에 따른 계파의 분화를 먼저 맞닥뜨린 바 있다. 친박은 2007년 대선 시기 ‘이명박 대 박근혜’가 치열하게 맞붙었던 한나라당 경선 때 생겨났다. 벼랑 끝 승부에서 이명박 후보 편에 섰던 이들을 ‘친이’, 박근혜 후보 편에 서던 이들을 ‘친박’이라 불렸다. 말 그대로 리더가 쟁취한 권력을 나눠 갖겠다는 목적을 가진 단순한 ‘결사체’였다. 그렇기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자 구심점을 잃었다. 친이세력도 사분오열된 지 오래다. 다만, 최근 친박계는 새로운 리더인 황교안 대표의 등장으로 다시 힘을 얻기 시작했다. 황 대표는 취임 후 첫 당직 인선에서 친박계 의원들을 대거 등용했다. 이 가운데 국무조정실장을 역임하며 황 대표가 국무총리 시절 호흡을 맞췄던 추경호 의원에게 전략기획부총장을 맡겼다. 역시 박근혜 정부 시절 행정안전부 장관이었던 정종섭 의원은 중앙연수원장을 맡았다. 친박이 친황으로 연착륙하는 ‘신의 한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정부에서 정무수석을 역임한 김재원 의원 역시 물밑에서 황 대표를 돕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원내수석부대표 등을 역임하며 한국당의 원조 전략통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비해 원박(원조친박)으로 입지가 공고했던 김무성 의원은 탈박·비박에 이어 바른정당 창당 후 다시 한국당 복당을 거치는 과정에서 주도권을 상당히 잃은 상태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계파문제는 정치의 인격화를 당연시하는 우리 정치문화의 한계”라고 설명했다. 그는 “서구 선진국의 경우도 정당 내 계파가 존재하지만 우리처럼 인물 중심으로 권력을 나눠 가지려는 줄서기식은 아니다”라고 했다. 신 교수는 “여야 모두 대의명분 없이는 권력의 이익만 좇는 계파의 분화 속도만 가속화시킬 뿐”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당·바른정당…계파의 독립=과거 계파 정치에 가장 시달리는 정당은 민주당이었다. 문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이던 시절 비문 최고위원들은 최고위원회의 석상에서 당 대표를 향해 면박을 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계파 갈등에 지도부 교체가 빈번했고 비상대책위는 상시대책위와 다름없었다. 갈등과 반목을 거듭하던 끝에 결국 안철수 전 의원을 중심으로 민주당 호남계 비문 의원들은 국민의당을 창당했다. 한국당도 박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 바른정당이 빠져나왔다. 조기 대선을 치르기 위한 전략적인 면도 있었지만 2015년 6월 당시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박 전 대통령의 관계가 틀어지면서 분당의 씨앗은 태동했다. 박 전 대통령은 당시 유 의원을 향해 “당선된 후에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당의 안철수계는 중도정치를 표방했고 한국당의 유승민계는 보수재건이라는 대의명분이 있었다. 적어도 권력을 좇는 결사체 수준 이상의 대의명분이 있었기에 정당 창당이 가능했다. 다만, 바른미래당으로 합당 후에는 안철수계와 유승민계 두 정치인을 중심으로 역시 계파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합당을 반대하며 창당한 민주평화당은 제3지대 정당에 군불을 지피는 박지원계와 정의당과 교섭단체 구성을 주장하는 정동영계가 생존을 위해 노선경쟁을 벌이고 있다.


송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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