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킨다’는 뜻의 보(保)와 수(守)로 이뤄진 ‘보수’는 단어 자체로 “변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처럼” 비치는 게 사실이다. 나아갈 진(進)과 걸을 보(步)를 쓴 진보의 진취적 전진의 느낌과는 사뭇 다르다. ‘보수’가 구식·낡음·과거를 연상시키는 단어인 데다 산업화·민주화의 역사에서 권위주의의 옹호자라는 역사적 얼룩까지 묻었으니 요즘은 보수 정당 정치인들 중에서도 보수라는 말에 거부감을 표시하는 이들이 드물지 않다.
그래서 국회의원을 지낸 ‘보수 전략가’ 박형준 동아대 교수와 권기돈 전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장이 합심했다. 저자들은 진보의 ‘철학 부재’를 지적한 다음 보수의 ‘경험 과잉과 철학 과소’를 꼬집는다. 그리고는 보수의 새로운 가치 정립을 위해 성찰과 갱신, 미래지향의 원칙을 제시한다. “인간의 본성은 집단주의적 본질을 가진 사회주의자일지 모르지만, 인화한 인간은 이기성에서 시작해 이타성을 만들어내는 자유주의자가 모델이다. 자유의 가치를 수긍하는 개명한 진보와 공동체의 가치를 중시하는 자유보수는 접점을 찾을 수 있다.”
책은 보수가 어떻게 자유와 결합했는지 그 역사를 짚어보고 자유공화주의의 미덕들을 조목조목 점검한 것을 기반으로 보수의 재구성과 새로운 정치를 위한 자유공화주의 선언을 제시한다. 1만7,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