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한미정상회담] "한미 비핵화 해법 동상이몽…성급한 중재로 운신 폭 좁아져"

[서경펠로 진단]

북미대화 재개 필요성은 공감

트럼프, 文 '굿 이너프 딜' 외면

워싱턴 회담, 하노이 노딜 재연

"美 입장 안만큼 신중한 대응을"

1315A02 서경펠로



“북미대화의 동력을 살리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제시한 ‘굿 이너프 딜(포괄적 로드맵 마련 후 단계적 이행)’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받지 않았습니다.”

7차 한미정상회담을 본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 협상 국면에서 제기된 한미동맹 균열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킨 점은 긍정적이지만 방미 목적이 사실상 남북정상회담 추진에 있었던 점을 고려할 때 트럼프 대통령이 개성공단 재개 등 일부 제재 해제에 대해 확실히 선을 그으면서 전략적 인내에 들어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협상장으로 이끌어내기 어려워졌다는 평가를 내렸다. “비핵화와 관련해 북미의 입장 차가 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중재가 제한적인 만큼 신중한 준비와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였다.

12일 서경 펠로(자문단) 및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대화 재개의 필요성에 공감대를 이룬 점은 의미가 있지만 비핵화와 관련, 한미의 입장 차만 확인한 회담이었다고 아쉬워했다. 서경 펠로인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한마디로 이번 정상회담은 한미의 동상이몽을 확인한 회담으로 생각된다. 서로 다름을 확인했다”고 총평했다. 반면 조성렬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일부에서 한미동맹 약화됐다는 우려가 있었는데 한미동맹이 여전히 굳건하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게 큰 성과”라며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하노이 노딜 이후 교착 상태에 빠진 비핵화 협상의 동력을 이어간 것도 평가해볼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재개 등 대북 지원 문제를 논의할 것이냐’는 기자들 물음에 “적절한 시기가 되면 지원할 것”이라면서도 “지금은 적기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적기가 되면 북을 지원할 것”이라고 답하면서 남북경협을 중심으로 북미대화를 재개하려던 문 대통령의 구상은 험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의 굿 이너프 딜을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굿 이너프 딜이 외면받은 이유로 우리 정부의 성급한 중재를 꼽았다. 서경 펠로인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4·27 판문점선언 1주년에 쫓겼는지 너무 서두르다 성숙하지 못한 정상회담을 개최했다”며 “실무진 간 물밑접촉도 하고 미국의 입장도 더 확인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이번 정상회담은 하노이 노딜의 재연이라고 보면 된다”고 분석했다.

한미정상회담의 결과를 토대로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김 위원장을 설득하려던 문 대통령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지난 10일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제재로 우리를 굴복시킬 수 있다고 혈안이 되어 오판하는 적대세력들에게 심각한 타격을 주어야 한다”며 미국 측의 빅딜에 강하게 반발한 점도 좋지 않은 신호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지금처럼 북미 간 입장 차가 전혀 조율되지 않은 상황이라면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는 게 쉽지 않다”며 “오히려 북미 입장을 좁히는 게 우선순위”라고 밝혔다. 남 교수도 “남북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은 49%로 본다. 김 위원장이 저렇게 내부 각료들 데리고 인상 쓰고 있는데 판문점에 가서 실익이 없는 정상회담을 하면 내부에서 비판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김 위원장이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통치자금인 외화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북미대화의 끈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점은 긍정적이다. 서경 펠로인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6월12일이 싱가포르회담 1주년인데 이것을 계기로 3차 북미정상회담을 시도해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6월에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하도록 요청했다”며 “만약 그 안에 남북 간, 미북 간 실무차원의 접근이 있다면 그때 3차 북미정상회담과 함께 남북미 3자회담도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비핵화와 관련, 미국의 확고한 입장을 확인한 만큼 우리 정부가 신중한 움직임을 가져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문 센터장은 “한미 간 공조와 확고한 동맹 대비 태세를 통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북한에 태도를 바꿔야 한다는 시그널을 분명히 줘야 한다”고 말했다.
/박우인·김인엽·방진혁기자 wipark@sedaily.com

박우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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