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하이트·롯데의 맥주값 딜레마…“올리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주세개편 앞두고 오비맥주 기습 인상 이후 고심 중

올리자니 가격경쟁력 우위 상실과 정부·여론 눈치

미루자니 인상 타이밍 놓쳐 수익 악화로 이어질 수도

하이트 신제품 ‘테라’ 제외하고 가격 인상 저울질

롯데 ‘클라우드’ 프리미엄 이미지 고려할 수밖에

中 ‘설화’ 한국 진출 등 수입맥주 공세로 셈법 복잡




주세 개편을 앞두고 오비맥주의 기습적 가격 인상으로 2·3위 업체인 하이트진로(000080)와 롯데주류가 딜레마에 빠져있다. 뒤따라 가격을 올리자니 정부·여론의 부정적 시선뿐 아니라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선두와의 격차를 좁힐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되고, 반대로 가격 인상을 미루다가 주세 개편이 이뤄지면 가격을 올릴 명분이 사라지면서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이트진로는 9년 만의 신제품 ‘테라’의 성공적 안착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고, 롯데는 주력제품 ‘클라우드’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고려해야 해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14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는 맥주 출고가 인상에 대한 본격적인 검토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에 앞서 오비맥주는 지난 4일부터 맥주 제품의 공장 출고가를 평균 5.3% 인상했다. 통상 주류업계에서는 선두업체가 먼저 출고가를 올리고 나면 2~3위 업체들이 뒤따라 올리는 게 오랜 관행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시장 선두인 오비맥주가 예상을 깨고 갑작스럽게 가격을 올리면서 2~3위 업체들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먼저 하이트진로는 지난달 9년 만에 새롭게 내놓은 신제품 테라가 가격 인상의 걸림돌이다. 출시 당시 하이트진로는 테라의 출고가를 기존 맥주와 동일하게 책정하겠다고 밝혔다. 출시 한 달도 채 안돼 가격 정책을 번복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또 테라를 앞세워 선두 탈환을 벼르고 있는 하이트진로로서는 가격을 올릴 경우 오비맥주와의 가격우위가 사라져 점유율 상승에도 도움되지 않는다. 반대로 여러 제반 비용 상승에도 기존 가격을 유지하면 수익성 악화의 우려가 뒤따른다. 때문에 하이트진로는 테라 출고가는 그대로 유지한 채 하이트와 맥스 등 다른 제품의 가격을 올리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주류도 가격 인상 여부와 시기 등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롯데는 ‘클라우드’와 ‘피츠’ 등 2종으로 맥주 라인업을 구성하고 있다. 이 중 클라우드는 출고가가 피츠와 오비맥주 카스 등에 비해 100원 가량 높고, 음식점이나 술집에서는 1,000원 더 비싸게 판매되는 프리미엄 제품이다. 하지만 카스의 가격 인상으로 출고가 격차가 좁혀지면서 클라우드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선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다만 롯데의 맥주 시장점유율이 아직 한자릿수에 머물러있는 만큼 2위 업체인 하이트진로의 가격 정책을 좀 더 지켜본 뒤 인상 시기와 폭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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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업체들이 가격 인상 여부를 고민하는 사이 수입맥주의 공세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판매량 기준 전 세계 1위인 중국의 설화맥주는 오는 17일 간담회를 열고 ‘슈퍼엑스’의 한국 출시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슈퍼엑스는 중국 현지 판매가격이 국산 맥주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계 기업인 오비맥주와 달리 주세법 개편을 앞두고 정부와 여론의 눈치를 보면서 시장탈환 전략도 짜야 하는 하이트진로와 롯데는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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