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産銀 등 채권단, 5,000억 안팎 자금...영구채 발행 후 인수로 지원 유력

금호그룹 아시아나 매각 결단

채권단 "긍정적 평가"

자본확충, 유동성 공급...영구채 거론

전환사채(CB) 인수는 부채비율 높아 불가능

주식전환 달린 영구채 발행 후 인수할 듯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금호아시아나그룹이 핵심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을 매각기로 함에 따라 산업은행 등 채권단도 금융 지원 방안 마련에 본격 착수할 전망이다. 지원 방식으로는 부채비율이 높은 아시아나항공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재무구조 개선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는 ‘영구채 발행 후 인수’가 유력하다. 금호 측의 요청대로 채권단이 5,000억 안팎의 자금을 ‘캐피탈 콜(Capital Call)’ 형태로 조성하면, 아시아나항공이 자금 수요에 따라 영구채를 발행하고 산은 등 채권단이 이를 인수하는 방법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 등 채권단은 이날 오후 긴급 회의를 소집하고 금호아시아나의 아시아나항공 매각 결정에 따른 향후 대응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그룹 측이 통 큰 결단을 내린 만큼 채권단의 금융지원도 곧 뒤따를 것으로 관측된다. 더욱이 아시아나항공은 오는 25일까지 신용등급 BBB- 이상의 회사채를 발행하지 못하면 ‘무등급 트리거’가 발동해 약 1조1,000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증권(ABS)를 조기 상환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어 채권단 입장에서도 시간이 많지 않다는 지적이다. 산은 관계자는 “채권단과 협의 해 빠른 시일 내 경영정상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아시아나항공의 매각 절차 진행 중 발생할 유동성 부족을 해소하고, 신용등급 하락 등 시장의 우려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가장 유력한 지원 방안으로 떠오른 것은 산은 등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의 영구채를 발행 한 후 인수하는 것이다. 만기가 따로 없이 이자만 받는 영구채는 자본으로 분류돼 기업들이 자본 확충 수단으로 자주 이용한다. 지난해 말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814.85%다. 영구채를 발행하면 부채비율은 낮아지고 자본은 늘어나 재무구조가 튼튼해진다. 전통적인 기업 구조조정 방식은 기업이 전환사채(CB)를 발행하면 채권단이 이를 인수한 뒤 기존 주식을 감자하고, 출자전환 해 기업 지배력을 높이는 것이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은 부채비율이 높아 이 방식을 쓰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오히려 채권단 입장에서는 회사가 발행한 영구채에 나중에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주식 전환권)를 붙여 인수하면 신규 대출보다 부담이 덜할 수 있다.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33.47%) 매각 작업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을 경우 보유한 영구채를 주식으로 출자 전환하면 채권단 주도의 M&A도 가능하다. 그룹이 이날 제시한 수정 자구안에 구주(금호산업 보유 아시아나항공 지분)에 대한 드래그-얼롱(Drag-along) 권리가 담겨 있는 것도 산은 등 채권단이 상황에 따라 영구채 등을 출자 전환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구주 매각과 신주 배정 유상증자가 패키지로 이뤄지는 게 채권단 입장에선 제일 좋지만, 문제는 시장에서 제대로 된 인수자를 찾지 못했을 경우”라며 “그 땐 채권단이 인수한 영구채를 출자 전환한 뒤 직접 매각에 나서면서, 금호산업이 팔지 못한 아시아나항공 지분도 같은 조건으로 묶어 매각에 나설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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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삼구(왼쪽 두번째) 금호아시아나그룹 전(前)회장이 지난해 7월4일 오후 신문로 그룹 본사에서 ‘기내식 대란’등에 대한 사과 기자회견에 앞서 생각이 잠기고 있다./이호재기자.박삼구(왼쪽 두번째) 금호아시아나그룹 전(前)회장이 지난해 7월4일 오후 신문로 그룹 본사에서 ‘기내식 대란’등에 대한 사과 기자회견에 앞서 생각이 잠기고 있다./이호재기자.


금융권에선 채권단이 금호 측의 요청대로 5,000억원 안팎의 금융지원을 확약하는 것만으로도 현 위기를 타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결정이 시장 신뢰 회복의 첫 단추라면, 채권단의 금융지원 확약은 시장성 차입 디폴트를 포함해 현 유동성 위기를 잠재울 수 있는 자물쇠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채권단이 워크아웃이 아닌 재무구조개선약정(MOU)의 느슨한 협의체 속에서 금융 지원에 선뜻 나서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최종구 위원장이 이날 “금호 측이 회사를 살리겠다는 결단을 내린 것이므로 채권단이 아마 금호 측의 결정을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도 “아시아나가 작은 회사도 아니어서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때문에 결국 신규 금융지원은 산은의 주도로 이뤄지고, 나머지 채권단은 기존 금융권 여신의 만기를 연장해주는 방식으로 보조를 맞출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서민우·이지윤기자 ingaghi@sedaily.com

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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