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정책

"헌법소원도 불사"…신외감법에 뿔난 중소회계법인

11월부터 감사인 등록제 시행에

"중소사만 피해 독박 쓴다" 불만

"헌법소원·등록 보이콧" 목소리

당국 "준비기간 충분...투자자 고려를"




내년부터 시행될 감사인등록제와 주기적 지정제를 앞두고 중소 회계법인들이 거세게 반발하며 감사인 등록 거부와 헌법소원 같은 집단행동까지 검토하고 나섰다.

15일 회계법인과 한국공인회계사협회 등에 따르면 중소 회계법인은 다음달 시작되는 감사인 등록 신청을 앞두고 최근 회의를 열어 법적 대응과 집단행동 여부를 논의했다.

지난해 새로 도입된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신외감법)’에 따라 오는 11월부터 시행되는 감사인등록제는 회계법인이 상장법인 외부감사를 위해서는 회계사 40명 이상(지방은 20명), 감사품질관리사 2명 등 열여덟 가지 자격요건을 갖춰 금융당국에 등록해야 하는 제도다. 조건을 갖추지 못하면 비상장법인 감사나 단순 세무로 업무가 제한된다. 주기적 지정제는 금융당국이 기업의 외부감사를 맡을 회계법인을 지정해주는 제도로 회계법인의 규모에 따라 지정받게 되는 기업의 규모가 달라진다.


중소 회계법인들은 중소회계법인협의회를 중심으로 감사인등록제와 주기적 지정제가 회계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 2월 말 기준 전국 회계법인 수는 185곳이며 이 중 ‘빅4(삼일·삼정·안진·한영)’와 중견회계법인협의회(13개사)를 제외한 대부분이 중소회계법인협의회에 속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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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감사인등록제는 등록을 위한 정량적 기준을 맞춰도 실질적 운영 여부에 따라 등록 신청이 반려될 수 있다는 점을, 주기적 지정제는 대형 회계법인을 중심으로 회계 업계의 지형이 재편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일부는 인수합병(M&A)을 통해 급하게 등록 조건 맞추기에 나섰지만, 대다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남기권 중소회계법인협의회장은 “무리해서 인적 조건을 맞춰도 당국 눈높이에 미흡하면 당장 내년 먹거리가 없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중소 법인 사이에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준비가 미흡한 몇몇 중소 회계법인은 회의에서 단체 등록 보이콧이나 법적 대응까지 나서겠다며 격앙된 상태다. 한 중소회계법인 대표는 “직업 선택의 자유 침해를 들어 헌법소원을 진행하자는 의견까지 나왔다”며 “협의회 차원의 논의를 거쳐야 하지만, 분위기가 강경하다”고 전했다.

이 같은 우려에는 신외감법 도입에 따른 피해가 중소 회계법인에 집중되고 있다는 인식이 한몫했다. 신외감법의 하나로 앞서 도입된 표준감사시간제에 따라 대형 법인은 감사보수가 평균 15% 인상됐지만, 협상력이 떨어지는 중소 회계법인은 효과가 크지 않았다. 반면 업계 전반의 회계 전문인력 부족으로 회계사 인건비는 상승해 다수 중소 회계법인은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 하지만 제도 시행을 감독하는 금융감독원은 충분한 예고기간을 준데다 그간 제도 시행을 준비해온 다른 회계법인과의 형평성, 상장사와 투자자 등을 고려하면 엄정한 심사를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어서 갈등이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양사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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