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오종혁·조상웅 "서로 다른 에너지와 색깔... 두 배의 감동 기대하세요"

■ 연극 '함익' 연우役 더블 캐스팅

햄릿, 女재벌2세로 재해석

금수저 집안의 황폐한 삶

요즘 세태와 묘하게 비슷

운 좋게 소망하던 무대 출연

관객에 보여줄것 너무 많아

연극 ‘함익’에서 연우역의 오종혁.연극 ‘함익’에서 연우역의 오종혁.




연극 ‘함익’에서 연우역의 조상웅.연극 ‘함익’에서 연우역의 조상웅.


2016년 셰익스피어의 희곡 ‘햄릿’을 재해석해 호평받았던 연극 ‘함익’이 3년 만에 돌아왔다. 원작에서 햄릿은 선왕을 죽인 삼촌이 자신의 어머니와 결혼해 왕의 자리에 오르자 광기에 휩싸인다. ‘함익’에서는 햄릿이 재벌 2세이자 연극과 여교수로 재탄생했다. ‘여자 햄릿’ 함익은 아버지와 계모가 자신의 어머니를 자살로 몰고 갔다고 믿으며 복수를 꿈꾼다. 부유하고 완벽한 삶으로 보이지만 내면은 고독하고 황폐한 함익은 젊고 열정적인 제자 연우를 통해 삶의 의미를 찾는다. 지난 12일 개막을 앞두고 연우 역을 맡아 한창 연습 중이던 두 배우 오종혁과 조상웅을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났다.

조상웅은 “고전 ‘햄릿’이 원작이지만 어렵지 않고 정말 대중적인 작품”이라며 “‘함익’에서 다룬 재벌가 이야기들은 관객들의 공감을 살 것”이라 말했다. 오종혁도 “연극이라 현실을 더 풍자하고 드라마틱한 측면이 있지만 요즘 세태를 절묘하게 포착해낸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두 사람이 연기하는 연우는 비극적인 생의 마지막 길목에서 만난 신기루와 같은 존재다. 함익은 금수저로 태어났지만 어머니의 죽음과 강압적인 재벌 아버지의 태도로 인해 ‘살아 있는’ 삶을 살지 못하는 존재다.


이런 함익에게 연우는 유일한 ‘살아있는 사람’이다. ‘흙수저’ 출신이지만 시련을 이겨내고 꿈을 키워간다. 연우는 함익의 내면을 송두리째 흔들고 생의 온기와 생명력을 전달하는 ‘하이라이터’같은 인물이다. 오종혁은 “운 좋게 소망이던 이 작품의 무대에 서게 됐다”며 “원하는 길이나 꿈, 목표를 향해 앞으로 나아가는 연우의 모습이 저와 상당히 닮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종혁과 조상웅의 더블 캐스팅은 매우 신선한 조합이다. 관객들의 끊임 없는 요청으로 다시 무대에 오른 ‘함익’이 더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종혁은 “더블 캐스팅이 작품의 완성도를 떨어뜨릴 것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오히려 저의 무대를 본 후에는 배우 조상웅의 무대가 궁금해질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에게 가장 자신 있는 대사를 들려 달라고 하자 그는 “가장 자신 없는 첫 대사를 들려주겠다”고 답했다. 배우 지망생인 연우의 ‘배우의 기도문’이라는 대사였다.


“제발 부탁인데 대사를 자연스럽게 발성만 크다고 되는 게 아니야. 발음이 경쾌해야지. 감정을 살려야 하지만 절대 과장해서는 안돼. 있는 대사에 충실할 것, 없는 대사를 짜내려 하지 마. 억지로 웃기려고 하지 마. 억지로 울리려고 하지 마. 그건 불쌍한 배우들이나 하는 짓이야. 관객을 절대로 속일 수는 없어. 오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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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혁이 시작하자 조상웅이 합류해 동시에 대사를 읊었다. 오종혁의 말대로 두 배우의 무대를 모두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서로 다른 에너지와 매력이 정확하게 전달됐다. ‘원조 꽃미남’ 오종혁은 무대 어디에 서든 눈에 띄는 외모에 저음의 부드러운 음성이 매력이다. 반면 조상웅은 수 많은 뮤지컬과 연극에서 다져진 발성과 발음, 정확한 시선 처리 등으로 안정감 있는 연기를 선보인다.

기자가 두 배우에게 “인터뷰 장소가 순식간에 무대로 변한 듯 연기가 압도적이었다”고 하자 “지금 이건 10분의 1도 안 된다. 관객들이 오시면 보여줄 게 너무나도 많다”며 환하게 웃었다. 김광보 단장은 “마땅한 연우역 배우가 없던 차에 동시에 추천이 들어왔는데 색깔이 다른 두 연우를 보여주고 싶은 욕심에 더블 캐스팅을 했다”고 전했다.

오종혁은 아이돌그룹 ‘클릭비’ 출신으로 연극·뮤지컬·영화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약 중인 대표적인 ‘1세대 아이돌’이다. 그는 우연히 연기에 첫발을 내디뎠지만 하면 할수록 하고 싶은 일이라고 털어놓았다. 가수로서 무대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관객과의 소통을 매 순간마다 느낀다는 것이다. 그는 “아이돌 가수로 무대에 섰을 때는 일방적이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하지만 무대에서는 관객들이 연기의 모든 순간에 반응하고 교감하고 있다는 게 공연장의 공기를 통해 전달된다”라고 말했다. 조상웅은 일본의 명문 시키 극단 출신이다. 그는 “저와는 조금 다르게 놀라울 정도로 강한 연우의 신념을 매력적으로 표현할 것”이라고 다부진 각오를 전했다. 오는 28일까지 세종문화회관.

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연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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