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그룹이 유동성 위기로 주력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기로 하면서 문화계가 금호미술관을 비롯한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의 앞날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재단 활동의 양대 산맥이던 금호아트홀은 이미 폐관을 알린 바 있다. ‘클래식 영재의 산실’ ‘실내악의 성지’로 불려 온 종로구 새문안로 금호아트홀은 이달 말까지만 운영하고 20년 활약의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한때 계열사였던 대우건설의 본사 건물이 지난 2013년 도이치자산운용에 매각됐기 때문이다. 그간 재단의 클래식 지원사업이자 기획공연 시리즈인 금호영재·영아티스트 콘서트와 아름다운 목요일 콘서트 등은 금호그룹이 2015년 신촌 연세대에 기증한 390석 규모 클래식 전용홀 ‘금호아트홀 연세’로 옮겨간다. 공연장만 이전하는 것이라지만 도심 한복판의 실내악 전용홀이라는 상징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쉬움을 남긴다. 그럼에도 신촌의 활력을 뒷배 삼아 향후 음악사업은 지속해 나갈 예정이다.
독립된 문화재단의 자산으로 운영된다고 하지만, 그룹 비중이 60%에 달하는 아시아나항공이 매각된다면 향후 재단의 활동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종로구 삼청로의 금호미술관도 활동 위축을 피할 수 없다. 미술계는 과거 쌍용그룹도 경영난에 시달리자 산하 성곡미술문화재단의 활동이 어려워졌고 결국 옛 경희궁 터의 성곡미술관 부지가 매물로 나오는 수난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우려에도 불구하고 미술관은 건재하다. 특히 올해는 개관 30주년을 맞아 특별전으로 ‘금호영아티스트:16번의 태양과 69개의 눈’ 전시가 3부로 나뉘어 오는 6월 말까지 열린다. 클래식계에서 스타발굴의 산실로 통하는 ‘금호’가 세계적 피아니스트로 성장한 조성진과 손열음을 금호영재콘서트로 데뷔시키고 김선욱·선우예권을 비롯해 바이올리니스트 박혜윤·조진주·양인모, 첼리스트 문태국 등을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로 음악에만 집중하게 했듯 미술계에서는 ‘금호영아티스트’를 배출했다.
전시장 1층에서 클로즈업된 인체의 부분이 기묘한 풍경화처럼 보이는 작품을 선보인 작가 강석호는 독일 유학에서 돌아와 2004년 금호영아티스트로 선정돼 주목받기 시작했다. 기업미술관인 페리지갤러리, 실력파 화랑인 갤러리2, 대안공간 성격의 윌링앤딜링 등에서 개인전을 열며 미술계 전반에서 균형 있는 호응을 받는 작가이며 현재는 서울과학기술대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나란히 걸린 원형 드로잉은 일상의 사물과 장면을 독특한 시선으로 포착하는 임자혁의 작품들이다. 그도 금호영아티스트로 뽑힌 후 대안공간 브레인팩토리 개인전을 열었고 조현화랑·이화익갤러리 등 대형화랑의 러브콜을 받았다. 현재는 서울대 서양화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3층 전시장에서 만나게 되는 박진아는 명품브랜드 에르메스가 제정한 에르메스미술상을 받았으며 해외에서 더 유명한 한국작가 중 하나다. 그 옆 낡은 아파트와 재개발 주택가를 그린 정재호는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로 선정됐다. 올해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 중 한 명인 박혜수, 두산연강예술상을 받은 박광수도 ‘금호’ 출신이다. 성곡미술관 내일의 작가로도 뽑힌 송명진, 일민미술관이 주목한 이문주, 중국 베이징에서 활약 중인 임태규·박희섭 등 금호가 발굴한 미술가들로 전시장은 ‘별들의 전쟁’을 방불케 한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은 금호그룹의 박인천(1901~1984) 창업주가 1977년 장학재단으로 처음 설립해 초대 이사장을 맡았다. 금호미술관 들어서면 원로 조각가 최만린이 빚은 창업주 흉상을 만날 수 있다. 금호미술관은 1989년 금호갤러리로 처음 문을 열었고 2004년부터 신진작가 지원프로그램으로 만 35세 이하 작가를 대상으로 금호영아티스트 공모전을 진행해왔다. 배출작가 69명을 주인공으로 한 이번 전시는 오는 21일까지 1부, 30일부터 다음달 26일까지 2부, 6월4일부터 3부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