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단독주택 공시가격을 낮게 책정한 서울 8개 자치구에 시정을 요구했다. 8개 구 소재 단독주택 총 9만 여 가구 중 456가구의 공시가를 산정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다는 것이다. 낮게 산정된 공시가를 정부가 나서서 다시 올리라고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당 지자체들은 국토부의 의견을 수렴해 반영한다는 계획이지만 검증까지 거친 공시가를 다시 수정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공시일이 이달 30일로 예정돼 있어 혼선도 우려 된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깜깜이 공시’ 등 공시제도의 근본적인 개선 없이 급격한 공시가격 현실화를 추진할 경우 부작용은 계속 될 수 밖에 없다고 충고하고 있다.
◇ 국토부, ‘서울 8개 구에 공시가 더 올려라’ 요구 = 국토부는 2019년 표준·개별주택 공시가격 간 변동률 차이가 3%포인트 이상 크게 난 서울 8개 자치구를 조사한 결과, 오류가 발견된 곳의 경우 각 자치구에 수정을 요청했다고 17일 밝혔다. 앞서 국토부는 표준과 개별 단독주택 공시가 차이가 큰 지역을 대상으로 검증 작업을 진행해 왔다.
조사 결과 이들 8개 구에서 개별주택 456가구에서 오류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주택 가운데 상당수는 공시가 9억 원이 넘는 고가주택이었다. 국토부에 따르면 공시가격 오류는 개별주택의 공시가격 산정의 근거가 되는 표준주택을 잘못 선정해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또 개별주택의 특성을 잘못 기재하거나 임의로 변경한 사례도 발견됐고, 표준주택 비준표로 산정한 가격을 임의로 수정한 경우도 나왔다. 국토부는 이 같은 오류와 관련 지자체 공무원이 의도적으로 개입하지는 않았고 단순 실수이거나 기준을 잘못 적용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김규현 국토부 토지정책관은 “개별주택 공시가가 잘못 책정된 456가구 가운데 90%가량은 인근 표준주택을 잘못 선정해 발생했다”며 “고가의 개별주택이 저평가된 탓에 개별주택과 표준주택 간 공시가격 변동률이 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 지자체 ‘현장 혼선 우려’, 전문가 ‘근본 개선 필요’ = 서울 각 구청은 국토부의 요청과 관련해 자체적으로 한 번 더 검증을 거쳐 단독주택 공시가에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표면적으로 국토부 결과를 수용한다는 입장이지만, 속내는 조금 복잡하다. 서울의 한 구청 관계자는 “어떤 표준주택을 쓸 것인지 등 해석의 여지가 큰 부분이 분명히 있다”며 “극단적으로 100평짜리 표준주택이랑 가깝다고 해서 30평 단독 다가구를 거기에 비교해 쓸 순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구청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도 외부 인사로 구성된 부동산공시가격위원회를 거쳐 가격을 정하고, 이를 다시 한국감정원의 검증을 받아 공표하는 시스템”이라며 “구청이나 공무원이 마음대로 가격을 낮추거나 높일 수 있는 폭이 매우 좁다”고 말했다. 확정 고시일이 이달 30일로 예정돼 있어 혼선도 우려된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단독주택 공시가 논란을 줄이려면 공시가격 산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현재 공시가격의 산정방식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정부가 공시가격 산정과 관련 로드맵을 수립하고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와 관련 공시가격 제도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핵심 내용인 공시가격 산정과정 공개는 포함하지 않아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세종=강동효·박윤선·이주원기자 kdhy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