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금융가

상속세만 65%...가업승계 고민하는 '오너 저축은행'

200억 상속시 세금 최대 130억

업력 40년 이상 20곳 매물 가능성

상속세 예외 업종 지정 나서야







자산 규모가 작지만 상속·증여세는 대기업 수준으로 내야 하는 지방의 영세 저축은행들이 가업승계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지방 경제침체로 실적 악화가 우려되는데다 가계대출 규제 등 경영환경마저 나빠지는 상황에서 가업승계를 위한 상속·증여세 마련이 쉽지 않아서다. 특히 중소기업은 2세 등에 가업을 승계할 때 상속세 예외를 적용받지만 영세 저축은행은 이 같은 혜택마저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체 저축은행 79개사 중 자산 규모가 5,000억원 미만인 곳은 41곳에 달하지만 이들 중 가업승계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의 가업승계공제 대상에서 금융업은 제외돼 있기 때문이다. 법 제정 당시 금융업의 경우 가업승계가 불가한 업종으로 분류돼 지방의 영세 저축은행 등은 가업승계공제 혜택을 받지 못하는 등 제조 중소기업에 비해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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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업승계공제는 평균 연매출 3,000억원 미만 기업을 대상으로 이들 기업이 상속을 진행할 경우 상속 재산에서 500억원을 제외하고 과세하는 혜택을 제공한다. 상속세 부담을 줄여 가업을 이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저축은행 등 금융업은 가업승계공제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공제 혜택을 전혀 받을 수 없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지방의 저축은행 오너들은 대부분 40년 이상 경영을 해오면서 고령화돼 있어 대부분 가업승계 이슈에 걸려 있다”며 “승계 혜택 등이 전혀 없다 보니 고액의 상속세를 내가면서까지 2세들에 승계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많아 매물로 나오는 저축은행들이 많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자산 규모가 큰 저축은행을 제외하고 자산 규모가 작은 영세 저축은행 20여개가 가업승계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높은 상속세율이다. 저축은행의 경우 1세대인 오너가 2세에 물려줄 경우 현행 세법에 따라 기본 상속세 50%에 경영권 할증과세가 붙어 최대 65%까지 상속세를 내야 한다. 예를 들어 수십억원의 초기 납입 자본금에다 수십년간 쌓아온 내부유보금을 더해 200억원 가치 평가를 받는 저축은행이 2세에 가업을 물려줄 경우 상속세로 내야 하는 금액은 최소 100억원에서 13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세금을 낼 돈이 부족하기 때문에 지분 일부를 제3자에 매각하거나 본업인 저축은행을 팔아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생겨나는 것이다. 실제 대구의 A저축은행은 오너가 수년 전부터 자녀에게 경영승계를 검토하고 있지만, 상속·증여세를 납부하고 나면 경영권을 유지할 수 없어 정상적인 가업승계가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저축은행 업계에서는 법 개정을 통해 저축은행도 일반 제조 중소기업처럼 상속세 예외 업종으로 지정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저축은행의 한 관계자는 “지방저축은행은 서민금융의 접점인 만큼 안정적인 경영권 유지가 필수”라며 “금융업 역시 가업승계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세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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