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에 정정불안까지 겹친 터키의 중앙은행이 요동치는 리라화 가치를 떠받치기 위해 단기 차입(통화스와프)으로 외환보유액을 ‘뻥튀기’한 사실이 드러났다. 터키 리라화 가치가 올해 들어 가파른 하락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금융시장에서는 통화위기 우려마저 제기되는 등 투자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1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터키의 외환보유액이 이달 초 281억달러(약 32조원) 규모에 달했지만 이 가운데 단기 차입으로 빌린 외환을 빼면 160억달러 미만으로 축소된다고 보도했다. 터키 중앙은행 측은 “(차입이) 외환보유액에 영향을 끼쳤겠지만 국제 기준을 따랐다”는 입장이지만 시장에서는 중앙은행이 외환보유의 상당 부분을 달러화 단기 차입으로 메우는 상황에서 터키의 환율 방어 능력에 대한 심각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터키 리라화 가치는 지난해 8월 달러 대비 30% 하락하며 사상 최저치로 주저앉았으며 최근에도 하락세를 보여 지난 15일 지난해 10월 이후 최저인 달러당 5.8109리라까지 급락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최근 리라화 가치 급락이 터키의 정치상황과 관계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CNBC에 따르면 지난달 총선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이끄는 정의개발당(AKP)은 야당에 이스탄불 시장 자리를 내준 뒤 부정 투표 의혹을 제기하며 재선거를 공식 요청한 상태다. 티머시 애시 블루베이 신흥시장 전략가는 “시장은 몇 달 동안 이어질 불확실성을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며 “재투표 결과가 어떻든 터키 선거 과정이 불안정하다는 좋지 않은 인상을 시장에 남겼다”고 지적했다.
터키의 경제상황도 좋지 못하다. 물가상승률이 19%를 넘어선 상황에서 올 1월 실업률은 14.7%로 10년 만에 최고점을 찍었다. 미국과의 껄끄러운 관계도 악재다. 터키는 미국인 목사 장기 구금, 이란 제재 불참에 더해 러시아제 첨단 미사일 구매를 놓고도 미국과 갈등을 빚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터키산 철강에 50%의 관세를 부과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