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이름의 이 나무는 모 프로그램을 통해 가수 이상민의 집에 등장하며 ‘이상민 식탁’이라는 별칭으로 유명해졌습니다. 이 나무는 또 레인트리, 보르네오 월넛, 캘로브라, 트럼버시, 꼬우꼬, 뭉그루, 팔로타, 피지월넛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어 지기도 합니다. 많은 이름 탓에 뭐가 맞다, 아니다 의견 다툼이 일기도 합니다만, 다른 이름의 나무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면 결국 비슷한 무늬인 경우가 많습니다. 같은 이름의 나무들 사이 무늬가 다른 정도에 그친다고 해야 할까요. 때문에 일각에서는 ‘몽키포드’를 열대 수종의 일반 명사 정도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참고로 비슷한 이름으로 ‘몽키포트(Monkey POT)’가 있는데 이 나무는 남아메리카재로 ‘Lecythis Pisonis’라는 학명을 가지는 등 서로 다른 종입니다.
잠깐 나무 수종에 대한 이야기를 사람과 비교해 보겠습니다. 인종에 따라 흑인, 황인, 백인으로 분류했다고 할 때 우리 황인만 하더라도 나라·지역마다 얼마나 다양한가요. 같은 동네에 사는 이웃과 친구들도 얼마나 다른 얼굴을 하고 있습니까. 나무는 좀 더 복잡하고 어렵습니다. 나무의 정확한 수종판명은 과학적인고 해부학적인 접근을 해야 합니다. 즉, 정확한 목재 샘플을 가지고 현미경으로 세포가 가진 특성을 통해 구분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목재 횡단면의 샘플을 샌드페이퍼로 1,500번까지 샌딩한 후 해부현미경으로 정밀 촬영을 하는 겁니다. 그럼 아래 블랙월넛과 퍼플하트처럼 정확한 수종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런 작업은 매우 전문적이라 일반 소비자는 물론 목재 유통을 하는 분들도 쉽지 않습니다. 국내에서도 몇 분 정도만이 가능한 일인데, 때문에 그중 한 분인 정연집 박사님은 “여러 특수목들이 정확하지 않은 정보로 유통되는 경우도 많다”고 말씀해주기도 하셨죠. 그러니 아예 일반 소비자라면 편안하게 ‘열대 수종인데 결이 참 좋은 나무구나’라거나 ‘월넛 컬러를 품고 있어 따뜻한 느낌이 들구나’ 정도의 마음으로 바라보심이 더 좋을 것 같기도 합니다.
다시 이름으로 돌아가서, 몽키포드의 이름은 나무에 열리는 나선형 열매낭을 주로 원숭이들이 꺼내먹는데서 유래됐다고 합니다. 열대 지방에서 관상용 관목이나 그늘나무, 가로수 등으로 심겨져 있는 경우가 많은데, 야간이나 비가 올 때는 잎이 접혀 빗물이 넓은 수관 아래로 흘러가는 모습을 보인다고 합니다. 레인트리라는 이름은 이런 특징에서 유래됐겠죠. 색상은 어두운 갈색에 황금색을 띠는 경향이 있으며 어두운 줄무늬가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변재는 보통 얇고 황색 또는 흰색을 띄며 심재와 명확히 구분됩니다.
이 같은 특징 때문에 고가 수종인 월넛을 대체해 사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르네오 월넛’, ‘피지 월넛’, ‘인도네시아 월넛’이라고 불리면서 시장에서 소개되고 있죠. 피지산을 최고급으로 쳐주는데 피지 고지대에서 자라는 몽키포드의 색감과 결이 좋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 수종은 빨리, 또 곧게 잘 자라는 성질이 있어 5년이면 4m높이 까지 자라며 보통 30m 까지 자랍니다. 열대 수종이다 보니 아무래도 북쪽 활엽수재보다 성장도 빨라 목리가 촘촘하기보다는 멋스러운 큰 결을 보입니다. 조금 강해 보이기도 하지만 큰 무늬 결을 선호하는 분들에겐 안성맞춤이죠.
즉, 몽키포드가 우드슬랩 재료로 많이 언급되는 이유는 아무래도 가성비가 좋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저가 뉴송 보다는 더 멋스러운 결과 색상을 가지고 있고 하지만 가격은 ‘블랙월넛’이나 ‘클라로월넛’, ‘느티’ 등 고급 수종 보다는 착한 가격이기 때문입니다. 일반 브랜드가구의 천연무늬목 식탁이나 집성원목가격대보다 조금만 더 내면 멋진 우드 슬랩을 집안에 들일 수 있죠. 또한 마감에 있어서도 오일마감, 우레탄 마감 모두 찾아볼 수 있습니다.
고급 수종은 너무 부담스러우셔서 천천히 접근해야겠다 마음먹으셨지만 지금 당장 생활속에 나무테이블을 하나 들여야지 생각하신다면 가장 가까운 선택지는 아마 ‘몽키포드 우드슬랩’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이번 시간은 여기 까지 입니다. 다음 시간에 좀 더 다양한 나무 정보로 찾아뵙겠습니다.
■최정석은
나무를 사랑하는 20년 경력의 가구장이다. 온라인 인테리어 유통기업인 ‘스튜디오삼익’의 대표이사이자 나무 애호가들 사이 명성 높은 ‘죽산목공소’와 ‘우드아카데미’의 마케터, 강사로도 활약하고 있다. 우드아카데미는 필자가 함께 배우고 강의하는 목재 수업의 이름이자 목재해부학 박사님이신 정연집 선생님을 중심으로 여러 강사진과 회원들이 배움을 나누는 터이다. 필자는 자신이 배운 지식들을 다시 나눈다는 마음을 담아 칼럼 제목을 ‘우드아카데미’로 지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