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서울 상암의 한샘 본사 2층 대강당 입구 앞. 한샘에서 개최한 ‘캐리와 친구들’ 공연을 보기 위해 기다리는 아이들이 한 손으로는 엄마 손을 잡고 다른 손에는 별이 달린 형광봉 들고 있다. 강당 입구 옆에 마련된 간이놀이방에서 공연을 기다리는 아이들도 신이 난 표정이다.
“안녕하세요.” 공연 시작을 알리는 사회자의 인사말이 들리자 “와”하는 함성이 터진다. “손 높이 드는 사람 선물 줄게요”라는 말에 객석 여기저기서 형광봉이 요란하게 흔들린다. 엄마들도 신이 났다. 맨 뒷줄에 앉은 한 엄마가 일어나 아이 대신 선물을 받겠다고 진행자를 향해 손을 흔든다. 이후 ‘유치원생의 대통령’으로 불리는 ‘캐리 언니’가 무대에 오르자 공연장은 아이들의 함성으로 가득 찼다.
여느 어린이 공연과 크게 다를 게 없는 풍경이지만 의미를 알면 고개를 끄덕일 만한 특별한 공연이다. 한샘이 초대한 300여명의 관람객 대부분은 한부모가정 엄마와 아이들이다. 경기도 구미에 사는 김모(33)씨는 9세 아이를 홀로 키우고 있다. 그는 “일이 바빠서 아이와 오늘처럼 공연 볼 시간이 없었다”며 “한부모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이 바뀌고 오늘 같은 혜택도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씨처럼 대부분의 한부모는 자녀와 오랜 시간을 함께하지 못하는 게 속상하다. 맞벌이보다 수입이 적은 경우가 많은데 홀로 육아로 감당해야 하니 심신이 지칠 수밖에 없다. 한샘처럼 한부모만을 위해 마련한 행사도 드물고 일반 공연은 시간 여유가 있는 부모들에게 기회를 빼앗기기 일쑤다. 공연장을 찾은 김은희 한국한부모가족복지시설협회 경기지회장은 “한부모만을 위한 행사가 거의 없다”며 “정말 뜻깊은 자리”라고 말했다. 김도경 한국미혼모가족협회 대표도 “미혼모는 경제활동과 육아를 동시에 해야 해 아이에게 공연 보여주는 것을 일종의 ‘사치’로 여긴다”며 “자녀가 공연을 보고 싶어하는데 그렇게 해주지 못해 늘 아쉬워한다”고 했다.
일자리 문제도 한부모의 최대 걱정 중 하나다. 김은희 지회장은 “경력단절 등의 이유로 복지시설을 찾는 경우가 많다”며 “많은 엄마들이 직업 찾기에 어려움을 겪고 임시직으로 일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한샘은 한부모가정에 취업문을 열었다. 이영식 한샘 사장은 “6개월 전 홀트아동복지회를 찾아 이야기를 나눠보니 한부모 가정에게 필요한 것은 직업이었다”며 “올해 20여명이 한샘 본사나 전국 대리점에서 일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이 사장은 “올 상반기에는 싱글맘, 하반기에는 워킹맘이 행복할 수 있는 활동을 벌여나가려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