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에 웅진그룹의 품에 안긴 웅진코웨이(021240)가 렌털 업계의 강자로 입지를 다지며 매출이 1년 전에 비해 10% 뛰어오를 것으로 점쳐진다. 지난 1989년 한국코웨이에서 시작해 한국 렌털의 역사를 새로 써간 웅진코웨이가 웅진그룹의 품에서 다시 화려한 날개짓을 할 지 업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2일 증권가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웅진코웨이는 주력 제품인 멀티액션 공기청정기(AP-1516D)을 중심으로 20여종 공기청정기가 소비자의 호평을 받으며 지난 1·4분기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40% 이상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1월을 기점으로 살펴보면 통상 4만대 정도였던 렌털 신청이 7만대까지 뛰어오른 셈이다. 지난 겨울 유난히 미세먼지 피해가 컸던 것도 영향을 미쳤지만, 웅진코웨이가 이미 보유하고 있는 국내 580만 계정의 시너지 효과도 상당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렌털 업계에서는 강력한 미세먼지가 찾아온 2~3월께 각사마다 공기청정기 매출이 평균 15~30% 늘었으며, 기저효과가 있는 후발주자에서는 100% 이상 급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업계 1위인 웅진코웨이는 충남 공주시 유구읍의 메인 공장에서 총 5개에 달하는 공기청정기 생산 라인을 풀가동했으며 밀려드는 주문에 대응하기 위해 인천 공장도 함께 가동하면서 ‘공기청정기 특수’를 톡톡히 누렸다.
이렇듯 웅진코웨이 매출의 20%를 담당하고 있는 공기청정기가 날개 돋힌 듯 팔려나가자 오는 30일 발표를 앞두고 있는 실적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이선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1·4분기 웅진코웨이 매출액은 7,064억원, 영업이익 1,370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9.1%, 19.4%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공기청정기 매출을 어느 수준까지 잡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연 매출 3조원 대를 바라보는 국내 1위 렌털 업체로서는 ‘서프라이즈’에 가까운 매출 상승세다.
호실적의 이유는 비단 미세먼지라는 환경적 요인에서 끝나지 않는다. 성숙 단계에 진입한 국내 렌털 산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10년 전부터 공을 들였던 해외 시장에서 빛을 보기 시작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웅진코웨이는 2007년 국내 업체 가운데서는 제일 먼저 말레이시아에서 진출해 지난해 말 렌털 계정 100만개를 달성하며 충성 고객을 확보해 둔 상태다. 이 연구원은 “웅진코웨이가 진출한 말레이시아의 소득수준이 높아지며 렌털 가전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며 “웅진코웨이가 렌털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로서 연 7~8% 수준의 매출 상승은 불가능한 수치가 아니며, 인도네시아와 중국 등으로 진출국이 늘면서 매출 다각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웅진코웨이의 말레이시아 법인 1·4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60.4% 상승한 1,054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올 하반기 법인 설립을 앞둔 인도네시아, 주방욕실용품 전문업체인 조무와 손잡은 중국 시장에서의 실적 호전도 웅진코웨이의 매출 구조를 탄탄하게 받쳐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불황에 더욱 힘을 받는 렌털업의 특성상 향후 2~3년간 웅진코웨이의 매출이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은 지난해 11월 웅진코웨이 인수 방침을 밝히며 “우리나라 경기가 좋지 않았던 국제통화기금(IMF) 시절 렌털 시장이 급격히 성장했다”며 “경기가 아무리 어려워도 (매출에 부정적인) 영향이 없는 사업이 바로 렌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1999년 웅진코웨이 연 매출은 554억원이었지만 이듬해 1,253억원으로 2배 이상 뛰며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했다.
윤 회장의 기대처럼 연 평균 7~8% 성장률을 지속한다면, 2조원에 달하는 인수 자금 부담을 떠 안고 있는 웅진그룹 입장에서는 상당한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는 셈이다. 인수 주체였던 웅진씽크빅은 전체 인수 자금 가운데 80%에 달하는 1조 6,000억원 가량을 인수금융과 전환사채(CB) 등 외부 차입에 기댄 상태다. 증권가에서는 웅진코웨이의 배당 성향을 높여 웅진그룹이 현금을 확보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웅진그룹 내부 사정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웅진에너지와 기타 계열사를 매각해 인수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웅진그룹의 계획이 태양광 사업이 흔들리면서 실현되기 어려워진 건 사실”이라며 “사실상 폐업 위기에 놓인 웅진에너지 때문에 그룹이 웅진코웨이를 지원할 여력이 줄어들었다는 점에서 웅진코웨이의 실적이 그룹 명운을 쥐게 됐고, 결과적으로 현 상태의 호실적이 지속된다면 ‘웅진코웨이’의 전망 역시 기대할 만하다”고 짚었다. 웅진에너지는 빠르면 이번 주 안으로 채권단과의 협의를 거쳐 법정관리 또는 기업회생 절차를 밟을 전망인 만큼, 이를 계기로 웅진코웨이가 안고 있는 불확실성을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거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