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 내 위험회피 성향이 완화되는 모습이다. 글로벌 안전자산 선호의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인 EMBI+(Emerging Market Bond Index+) 스프레드가 지난 1월 초 고점(440) 형성 이후 현재 364(4월15일)까지 하락했다. 그렇다면 글로벌 금융시장 내 위험자산 선호 흐름이 지속될 수 있을까. 매크로 및 환율 흐름을 고려하면 주식 등 위험자산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우선 글로벌 경기 바닥론이 경기선행지수를 통해 점차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한다. 2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기선행지수가 추가로 하락하며 경기 위축 국면에 머물고 있지만 전월차 기준으로는 4개월 연속 하락폭을 축소하고 있다. 과거 선행지수의 전월차가 하락폭을 축소한 후 시차를 두고 경기선행지수의 반등이 이어졌다. 또 경기선행지수 정점에서 저점까지 기간은 대략 17개월로 2017년 11월이 정점이었음을 감안하면 2·4분기 후반 정도에 저점 확인 과정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스탠스가 부양적으로 전환됐고 미중 무역분쟁이 원만하게 해결된다면 선행지수의 반등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국내 수출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 역시 완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물론 2·4분기에도 국내 수출은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하나 감소폭은 축소될 것으로 본다. 우리나라 수출의 주요 변수는 크게 대중국과 반도체 부문으로 볼 수 있는데 관련 매크로 지표들이 최근 개선되고 있다. 대중국 수출 관련은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내 수출주문지수와 밀접한 관계를 보이는데 올 3월 추가 하락이 멈췄다. 반도체 수요 역시 미국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지수 내 신규주문지수가 기준선(50)을 상회하며 개선되고 있다. 물론 반도체 가격 하락과 관련해 논란의 여지는 많지만 우리나라 정보기술(IT) 수출 물가의 감소폭이 축소되는 등의 여건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신흥시장 내 위험자산 선호가 이어지려면 달러 약세가 동반돼야 한다. 미국 정책금리가 연내 동결될 것으로 전망되고 주요국 간 통화정책 및 펀더멘털의 격차가 축소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달러는 완만한 약세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경기 부진이 지속되고 있지만 최근 체감지표들이 반등하고 있고 대외 수요의 주요 변수인 미중 무역분쟁이 긍정적으로 마무리된다면 수출 및 생산활동이 개선될 여지가 있다. 이는 유로화의 반등과 함께 달러에 약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유럽의 정치 불확실성은 일시적으로 위험자산 선호를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 이달 중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협상을 마무리한 후 유럽연합(EU)으로 초점을 옮길 수 있다. 미 상무부는 올해 2월17일 자동차 수입이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보고서를 백악관에 제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는 5월18일까지 관련 조치를 결정할 예정이다. 자동차 주요 수출 국가가 독일이고 2017년 기준 EU 자동차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9% 정도임을 감안하면 EU와 미국 간 통상마찰이 불거질 수 있다. 5월23일과 26일에 걸쳐 유럽의회 선거도 예정돼 있다. EU에서는 영국의 유럽의회 참석을 전제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Brexit) 연장을 결정했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봐야 한다. 특히 유럽의회에서 극우정당들이 얼마나 많은 의석을 확보할지도 지켜봐야 할 변수인 만큼 관련 요인들의 해소 과정에 따라 위험자산 선호 흐름은 더 힘을 얻을 것으로 예상한다.